▲ 정대훈(한화 제공)
[인천=한국스포츠경제 함태수] 한화도 걸출한 잠수함 투수를 보유하게 된 것일까.
한화는 최근 몇 년간 잠수함 잔혹사를 끊지 못했다. 2008~09년 불펜에서 쏠쏠한 활약을 한 마정길을 끝으로 믿고 쓸 옆구리 투수가 없었다. 정재원, 허유강, 임기영은 2%로 부족했다. 좋은 공을 갖고 있으면서도 재능을 발휘하지 못했다. 게다가 마정길마저 2010년 트레이드로 넥센 유니폼을 입었다. 2012년 드래프트 전체 18위 출신 임기영은 FA 송은범의 보상선수로 KIA 유니폼을 입었다.
하지만 정대훈(30)이 뒤늦게 야구에 눈을 뜨며 코칭스태프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경남상고-동의대를 졸업하고 2008년 한화 유니폼을 입은 그는 2014년까지 통산 성적이 65경기에서 5승2패3홀드, 평균자책점은 5.89였다. 지난해에는 한 시즌 개인 최다 이닝인 42⅓이닝을 소화했지만, 평균자책점이 7.23으로 높았다. 위기 상황을 잘 틀어막기도, 어이없이 볼넷과 안타를 내주기도 하는 들쭉날쭉한 투구 내용이었다.
올해는 다르다. 20일 현재 24경기에 등판해 1승2홀드 2.30의 평균자책점을 찍고 있다. 한현희가 선발로 전환한 가운데 시즌 초반 10개 구단 옆구리 불펜 투수 가운데 가장 안정감 있는 선수가 정대훈이다. 그는 20일 문학 SK전에서도 5-5로 맞선 5회 2사 1ㆍ3루에서 등판해 ⅔이닝을 피안타 없이 1탈삼진 무실점으로 막았다. 투수 코치가 마운드에 올라오자 "더 던질 수 있다"는 자신감까지 보일 정도니 그야말로 새로 태어났다.
김성근 감독이 추구하는 야구에서 잠수함 투수가 갖고 있는 가치는 상당하다. SK 왕조 시절에도 조웅천(현 SK 코치), 정대현(현 롯데)이라는 빼어난 언더핸드 투수 2명이 불펜에서 맹활약 했다. 이 둘은 김 감독이 비룡의 지휘봉을 잡았던 2007년부터 2011년 8월18일까지 팀 내에서 평균자책점이 가장 낮았던 투수이기도 하다. 정대현의 평균자책점이 1.58, 조웅천은 2.07이다. 특히 정대현은 4시즌 반 동안 255경기에 등판해 정우람(316경기)에 이어 김 감독이 가장 많이 내보낸 투수였다. 조웅천은 2007년부터 3년 간 121경기에 등판한 뒤 2009시즌을 끝으로 은퇴했다.
정대훈도 지금의 분위기라면 제2의 정대현, 조웅천이 될 수 있다. 주자 없을 때 피안타율은 2할4푼1리이지만, 있을 때는 9푼1리, 득점권에서도 1할1푼8리밖에 되지 않아 위기 상황에서 등판하는 횟수도 점차 늘고 있다. 김 감독은 "정대훈이 나갈 때는 대체로 경기 흐름을 누가 쥐느냐를 결정하는 순간이다"면서 "정대훈이 최근 위기 상황을 잘 넘겨주고 있다"고 칭찬했다.
함태수 기자 hts7@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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