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기 등 다른 한약재도 1년산 많아, 폐사문제·기회비용 이유 조기출하
전문가 "재배기간 따른 약효 차 커" 구체적 약효 차이 분석 서둘러야
"농민·한의학·한방산업 동반 몰락 막으려면 근본적 대책 마련 시급"
가짜 백수오 파문에 이어 백수오 자체의 효능에 대한 의문까지 제기된 가운데 유통중인 진짜 백수오도 소비자들이 알고 있던 것과 달리 대부분 1년 산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소비자원이 지난달 22일 ‘시중에 유통중인 백수오 제품 상당수가 가짜’라는 사실을 발표하면서 “백수오는 재배기간이 2~3년으로 이엽우피소(1년) 보다 훨씬 길고 수확량이 적어 이엽우피소를 재배하는 경우가 많다”는 설명도 빈말이 되고 말았다. 전문가들은 1년산은 2, 3년산에 비해 약효가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고, 이 같은 ‘저질’ 약용식물의 범람이 한의학 자체에 대한 불신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산지 재배농민과 한약재 유통업자 등에 따르면 국내산 백수오는 대부분 1년 산이다. 지난해 100톤 이상의 백수오를 생산했다는 영주지역에서도 2년산 이상은 거의 없다. 농민들은 “파종 후 3년째 가을에 가서 보면 살아 남은 것은 10%도 채 되지 않아 대부분 1년만에 수확한다”며 “이엽우피소도 관리가 편하고 다수확품종으로 알고 재배하기 시작했다”고 실토했다. 3, 4년 산은 자가소비용이나 지인들의 특별한 부탁으로 극소량만 재배할 따름이다. 시중에 유통되는 물량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백수오 계약재배 농가가 많은 충북 제천 지역도 사정은 비슷했다. 2년 이상 재배를 권장하지만 상당수는 1년 만에 출하한다. 제천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관리를 잘 하면 1년 만에 출하할 수 있을 정도로 굵어진다”며 “2년 이상 재배하면 실패할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이는 백수오와 이엽우피소를 구분해 판매하는 유통업자들도 연근에 따른 가격차는 두지 않기 때문이다. 대구 약전골목 내 한 약업사 관계자는 “백수오는 무게와 굵기, 모양 등에 따라 가격이 매겨진다”며 “농민들도 2년 3년 키우는 것보다 1년 만에 출하하는 것이 이득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시중에 유통중인 황기도 1년 산이 대부분으로 5년근 이상 ‘대황기’같은 경우 1년산 보다 5배 이상 비싸지만 구하기 어렵다”며 “한의원에서 저가 약재를 선호하다 보니 품질 좋은 약재가 제값을 못 받고, 농민들도 관리비와 기회비용 등을 고려해 단가는 낮아도 전체 소득이 많은 초기출하를 선호한다”고 덧붙였다. 뇌두가 있어 재배연수를 알 수 있지만 오래 키운다고 그 만큼 값을 쳐주는 것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황기는 일반적으로 파종 첫해는 땅속 깊숙이 뿌리를 뻗는데 에너지를 사용하고, 2년 이후부터 약용성분을 비축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한약재 조기출하 관행은 한의학 자체에 대한 불신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대구한의대 서부일교수는 “구체적인 데이터가 없어 몇 배다 식으로 잘라 말하긴 어렵지만 상식적으로라도 1년 산은 3년 4년산에 비해 약효가 떨어지는 것은 당연한 이치”라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가들은 이 같은 관행으로 한약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결국 한방산업 자체가 몰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자연산이 대부분이었던 동의보감 시절과 대부분 재배하는 현재를 비교하는 것 자체가 넌센스라는 것이다. 그나마 조기출하를 통해 약효가 떨어지는 약재가 범람하는 것은 설상가상이라고 지적했다.
한 약용식물 전공 학자는 “동의보감 시절에는 인삼을 제외한 대부분 약재가 자연산이었다. 약용식물은 곤충이나 비바람 등 자연환경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약용성분을 만들어낸다. 그런데 요즘은 대부분 재배하고 있다. 같은 종류, 같은 양의 약재라도 약효 차이는 엄청나다. 그런데 요즘 한의원 등에서 처방할 때 이를 고려하는 경우는 드물다. 같은 종류라도 약효는 천양지차라고 봐야 한다. 더욱이 재배한 약초마저도 속성이니 두말할 나위가 없다”고 말했다.
한방업계 관계자는 “한방산업 활성화를 위해서라도 국내 생산량이 많은 한약재를 중심으로 자연산과 인공재배, 기간 등에 따른 유효한 약용성분의 함량 등을 분석해 품질 좋은 약초가 제 값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광진기자 kjche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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