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순익 9760억 6년 만에 최고
증권업종 주가 올들어 60% 상승
창구 방문 없이 계좌개설 허용
증시 가격제한 폭 확대 등도 호재
1분기 정점 하향세 돌아설 가능성
대형사만 수익 개선 '부익부' 지적도
부진의 늪에 빠졌던 증권업계에 봄기운이 감돌고 있다. 저금리 기조로 풍부해진 시중 유동성이 증시로 몰려들면서 수익성이 대폭 개선됐고, 금융당국의 자본시장 및 핀테크(IT기술이 접목된 금융서비스) 육성 정책 또한 영업환경에 호재로 작용하는 분위기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증권업은 올 들어 글로벌 금융위기 이래 최고 실적을 거두고 있다. 한국은행의 잇따른 기준금리 인하에 힘입어 채권을 중심으로 한 상품운용(자기매매)수익이 크게 늘었고, 양대 수익원인 수수료 수익 또한 주식거래대금 증가에 비례해 개선됐다. 여기에 최근 3년 간 7,500명을 감원하는 고강도 구조조정 결과로 판매관리비 절감 효과를 거두며 수익폭을 늘렸다.
이에 따라 증권업계(총 58개사)는 올해 1분기 9,76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리며 2009년 1분기 이래 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분기(3,407억원)의 2.8배, 지난해 전체 순이익(1조6,833억원)의 절반을 훌쩍 넘는 실적이다. 자기매매이익(1조4,549억원)이 전분기 대비 두 배 이상 올랐고, 수수료 수익(1조7,145억원) 또한 671억원 늘어났다. 반면 판매관리비(2조139억원)는 전분기보다 403억원 증가하는데 그쳤다. 대표적 수익성 지표인 자기자본이익률(ROEㆍ자기자본 대비 당기순이익 비율) 또한 전분기 0.8%에서 2.3%로 껑충 뛰었다.
당국이 연내 시행을 목표로 내놓고 있는 금융규제 개혁 정책도 증권업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예컨대 창구 방문 없이도 계좌를 개설할 수 있게 한 비대면 실명확인 방안은 은행에 비해 점포 수가 한참 모자랐던 증권사에 고객 유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태경 현대증권 연구원은 “저금리 시대에 계좌 개설 편의성이 증대되면서 자금 이동이 활발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음달 15일 시행되는 증시 가격제한폭 확대 역시 투자심리를 자극해 증권사 영업실적 개선에 보탬이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김용구 삼성증권 연구원은 “가격제한폭 확대가 증시 거래대금을 늘리는 효과가 있을지는 불분명하지만, 상장지수펀드(ETF) 등 간접투자형 상품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계기가 될 가능성은 높다”고 전망했다.
증권업종 주가가 연초 대비 60% 이상 급등하는 등 시장 역시 증권사들의 영업 환경을 낙관하는 분위기다. 인력 구조조정의 칼바람으로 얼어붙었던 업계 역시 서서히 화색이 돌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업황이 좋아지다 보니 대형 증권사를 중심으로 새로운 광고를 선보이는 등 적극적인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모처럼 찾아온 증권업의 봄날이 예상보다 짧게 끝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손미지 신한금융투자 책임연구원은 “한은이 이달 금리 동결을 결정하며 연내 추가 금리 인하 기대감이 크게 희석된 데다가 채권금리가 지난달 중순 이후 상승하는 추세”라며 “증권사 실적이 이번 1분기를 정점으로 하향세를 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과도하게 자기매매이익에 의존하는 수익 구조에 대한 경고는 금융당국에서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대형 증권사 위주로 수익 개선이 이뤄지며 업계에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강화되고 있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증권사 관계자는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의 대형사들의 ROE 증가폭이 중소형사를 크게 앞지르는 상황”이라며 “증시 가격제한폭 확대로 증권사의 위험관리 능력이 부각될 경우 정책적 수혜 또한 대형사에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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