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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조지 워싱턴호

입력
2015.05.20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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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해군 제7함대 소속 원자력 항공모함 ‘USS 조지 워싱턴호’는 ‘떠다니는 군사기지’다. 크기만 해도 길이 333m 폭 78m로, 축구장 3개를 합친 규모다. 공대공미사일 암람, 열추적 미사일 사이더와인더 등을 장착한 전폭기 슈퍼호넷에 조기경보기 E-2C, 대잠수함 초계헬기 시호크 등 70여기의 항공기를 탑재했다. 이지스함, 프리깃함까지 거느린 전단은 웬만한 나라의 국방력을 넘는다. 원자로 2기의 생산출력은 120만킬로와트(㎾)로, 후쿠시마 제1원전 1호기(138만㎾)와 비슷하다.

▦ 1992년 7월 취역한 조지 워싱턴호는 지중해, 페르시아만 해역에서 활동하다가 2008년 9월부터 동북아 안보 강화 차원에서 일본 요코스카 미 해군기지에 배치됐다. 2010년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등 긴급 상황이 발생할 때마다 한반도 해역에 급파돼, 우리에게도 낯이 익다. 지난 해 7월 한미연합 해상훈련차 부산항에 입항했을 때도 북한은 “용납 못할 도발”이라며 극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 조지 워싱턴호가 6년8개월간의 임무를 마치고 18일 요코스카항을 출항, 귀환 길에 올랐다. 중국과 일본이 영유권 분쟁을 벌이는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주변 경계강화를 위해 올 가을 투입되는 신형 항모 로널드 레이건호와의 임무 교대를 위한 것이다. 일본 아베 정권은 지난 달 미일 양국간 새 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 개정과 더불어 조지 워싱턴호의 은퇴 및 교체에 대해 미일동맹을 더욱 강화하는 전환점으로의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 그러나 주민들 인식은 정부와는 좀 다르다. 항모가 움직이는 원자로와 다름없기 때문이다. 일본사회는 후쿠시마원전 사고를 겪으면서 원전은 안전하다는 신화가 여지없이 깨졌다. 이후 ‘시간당 100마이크로시버트(μ㏜), 반경 1㎞이내’이던 원전사고시 주민대피 기준은 ‘시간당 5μ㏜, 반경 5㎞’로 강화됐다. 엄격한 관리로 모든 원전 가동이 중단됐으나, 조지 워싱턴호만은 예외를 인정받았다. 그래서 조지 워싱턴호가 일본을 출항한 18일부터 또 다른 핵항모 로널드 레이건호가 입항하는 가을까지가 일본에서 진정한 ‘원전제로’ 기간이란 말이 나온다. 안보와 안전 사이에서 고민하는 일본의 현실을 보여주는 사례다.

한창만 논설위원 cm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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