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 참가했더 대의원이 폭로
보궐선거 당선 직후‘패거리’운운하며 막말을 서슴지 않았던 박상희(64) 신임 대한야구협회장이 “중소기업단체장 선거출마를 위해 야구협회장 프로필이 필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야구가 탄탄하게 설수 있도록 든든한 후원자 역할을 하겠다”는 취임 일성과는 사뭇 다른 뉘앙스로 논란이 예상된다.
박 회장은 12일 대한야구협회장 보궐선거에서 김종업 실무 부회장을 10대9, 한 표 차로 따돌리고 제22대 수장으로 선출됐다. 당선 직후 ‘패거리’발언과 한국야구위원회(KBO) 비난으로 논란을 키웠던 박 회장은 “(내년)총선에 출마할 생각이었으면 야구협회장 선거에 안 나왔을 것”이라며 정계 진출설을 부인하면서도 “내가 중소기업진흥회장을 맡고 있다. 정치권보다는 경제계에 있는 게 좋지 않나. 야구협회와 경제계의 연결고리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야구계를 위한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필요한 ‘연결고리’를 만들고자 한 의도였음이 투표에 참가했던 한 대의원의 폭로로 밝혀졌다. 야구인 출신의 모 대의원은 19일 본보와 전화통화에서 “선거 운동 과정에서 (박 후보가)계속해서 만나자고 해서 어쩔 수 없이 만났더니 거두절미하고 ‘중소기업단체장 선거에 출마 해야 하는데 (야구협회장) 프로필이 꼭 필요하다’면서 지지를 호소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 나를 만나러 올 게 아니고 김종업 부회장에게 직접 가서 (사퇴하라고) 부탁하라고 했다”고 털어놓았다.
이번 선거를 앞두고 박회장 측에서는 17개 시도 협회에 지원하는 행정 지원금을 대폭 늘리겠다는 ‘공약’을 내건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 대의원은 “2년 전 회장선거 때 강승규 전 회장은 각 지부에 매달 3,000만원 지원을 약속했고, 김은영 후보(현 대한야구협회 부회장)는 5,000만원과 함께 아예 자기 건물을 협회에 기증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회장은 누가 됐는가. 단 한 푼 지원 약속 없이 아마추어 야구의 구원투수가 되겠다고 공약한 이병석 회장이었다”고 떠올리면서 “그런데 이번 투표 현장에 나가 보니 생전 처음 보는 대의원들이 대거 참석했더라. 그들이 꼭 직접 투표장에서 한 표를 행사해야 할 이유가 과연 무엇이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실제 17개 시도지부 대의원 가운데 야구인 출신은 5명도 되지 않는다. 개인사업체를 운영하거나 각종 단체장을 맡고 있는 이들이 대거 대의원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들은 정치ㆍ경제 분야에서 광범위한 인맥을 자랑하는 박 회장의 ‘입김’에 자유로울 수 없는 입장이다.
그는 “우리는 평생 야구만을 위해 살아 왔다. 아마추어 야구의 수장이라면 아이들에게 떳떳해야 한다. 야구협회를 둘러싼 불협화음이 계속되면 야구판을 떠날 생각도 있다”고 격정을 토로했다.
성환희기자 hhs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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