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냥 아역인 줄 알았다. 성인식을 치른 지 3년이 됐으나 여전히 앳된 얼굴 탓이 크다. 최근 반전이 생겼다. 인기 TV드라마 ‘풍문으로 들었소’에서 고교를 자퇴한 미혼모 서봄을 연기하며 카메라 앞에서도 성인으로 우뚝 섰다. 제68회 칸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된 공포 스릴러 ‘오피스’로 고아성(23)의 성인 연기는 날개를 달았다.
20일 오후 칸 해변가에서 만난 고아성은 “발톱까지 빠져나가며 연기한 영화”라며 ‘오피스’를 소개했다. 고아성이 연기한 미래는 대형 식품회사 인턴사원으로 정규직 직원들로부터 갖은 구박과 횡포를 당하다 피의 반격에 나서는 인물이다. 그는 영화 ‘여행자’(2009)에 이어 두 번째로 칸을 찾았다.
고아성은 19일 심야에 열린 ‘오피스’ 공식 상영회에서 드레스가 아닌 바지를 입고 레드 카펫을 밟아 눈길을 모았다. “‘풍문으로 들었소’의 촬영 때문에 너무 바빠 한국에서 행사 준비를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는 “금요일까지 촬영을 몰아서 하고 내 분량을 먼저 찍는 식으로 겨우 칸 방문 시간을 냈다”고 말했다.
‘오피스’로 칸을 찾았으나 대중들의 시선은 ‘풍문으로 들었소’의 서봄에 집중될 만하다. 고아성에게도 서봄은 특별한 역할이다. 스물을 넘어서도 고교생을 연기했던 그는 이 드라마에서 출산과 키스 장면 등을 찍으며 연기 변신에 성공했다. 하지만 “출연 결정을 앞두고 주변의 반대가 만만치 않았다”고 했다. “아는 감독들이 누가 좀 말려야 하는 것 아니냐 할 정도였다”고도 말했다. 고아성은 “아역배우가 성장해서 성인 배우가 되듯 고교생에서 어른 모습까지 다 연기할 수 있어 내겐 의미가 크다”고 덧붙였다.
고아성은 13세 때 대작 영화 ‘괴물’에 출연하며 화려하게 배우 데뷔식을 치렀다. “‘괴물’의 제작 환경을 당연하게 생각했는데 다른 작품을 찍을 때 그게 아니란 사실을 알고 놀랐다”고 했다. 그는 “(광고모델로 데뷔한) 4세부터 13세까지는 오디션에서 계속 떨어져 좌절의 연속이었다”며 “오디션 보러 다니지 않으면 아무 고민이 없을 줄 알았는데 요즘엔 연기에 대한 고민이 또 생겨났다”고 말했다.
칸=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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