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 신디의 보호자는 집안 청소를 할 때마다 걱정이 앞선다. 신디는 보호자가 진공청소기를 꺼내오는 모습만 봐도 바로 몸을 낮추며 안절부절 못하며 돌아다닌다. 청소기가 작동하면 신디는 청소기를 향해 짖다가 청소기가 가까이 다가오면 도망을 가거나 침대 밑으로 숨기를 반복한다. 보호자는 그런 신디의 모습이 안쓰럽지만 그렇다고 청소를 안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적지 않은 수의 보호자들이 반려견들이 특정소음에 대하여 과도한 반응을 보인다며 상담을 문의하곤 한다. 보호자가 헤어드라이어를 사용할 때, 천둥번개가 칠 때, 오토바이가 지나갈 때 등이다. 이런 굉음은 반려견의 입장에서 보면 자신에게 해를 끼치지는 않을까 두려움을 느끼는 원인이 된다. 일부 반려견은 그러한 소리를 접할 때 짖거나 어딘가에 몸을 숨기지만, 심해질 경우에는 통제가 불가능해져서 목적지 없이 멀리 도망을 가버린다든가 심지어 공포심에 기인한 공격성을 보일 수도 있다. 반려견의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한 것뿐만 아니라 반려견 유실을 방지하기 위해서도 행동치료가 필요하다.
반려견이 이러한 행동을 보일 경우 대부분의 보호자들은 반려견을 끌어안거나 쓰다듬으며 진정시키려고 시도한다. 더불어 보호자들 역시 그런 반려견을 보면서 심장박동이 빨라지고 스트레스를 받는다. 하지만 보호자가 이렇게 대처하면 반려견은 오히려 공포가 ‘느껴야 하는’ 감정이라고 착각하고 더 강화될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행동교정을 해야 할까?
우선 소음에 대한 과도한 공포심을 최소화하고 더 나아가 없애줘야 한다. 이를 행동치료 분야에서는 ‘탈감작’(Desensitization)이라고 한다.
반려견이 무서워하는 소리를 앱이나 인터넷에서 다운 받아 CD로 굽는다. CD를 오디오(휴대가 가능한 작은 것이 좋다)에서 재생하되 처음에는 볼륨을 무음으로 놓는다. 반려견은 이때 평소 편하게 여기는 깔개 또는 방석 위에서 긴장을 풀고 누워있는 것이 좋다. 반려견에게 맛있는 간식, 이왕이면 계속 핥을 수 있도록 습식이 들어있는 튜브를 제공해준다.
이제 오디오의 소리를 매우 천천히 높힌다. 이때 반려견은 간식을 계속 먹고 있어야 한다. 만약 반려견이 간식 먹는 것을 중단하고 스트레스 증상을 조금이라도 보인다면 오디오의 소리를 즉각 무음으로 돌린다. 이러한 과정을 반복적으로 하루에 5분에서 10분 실시한다.
이러한 행동교정은 한 명이 간식을 제공하고 다른 한 명이 오디오 소리의 볼륨을 조절하는 식으로 보호자 두 명이 함께 실시하는 것을 추천한다. 이 행동교정을 할 때 필히 주의해야 할 점은 훈련과정 중에 문제의 소리를 크게 내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청소기 소리에 대한 탈감작 훈련을 하는 기간 중에 청소기를 작동하면 훈련은 원점으로 돌아가게 된다. 따라서 청소를 해야 한다면 가족 중 다른 구성원이 반려견을 데리고 산책을 나가도록 한다.
반려견이 소리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처음으로 보였을 때 보호자는 그 행동이 재미있다고 내버려둬서는 안 된다. 소리에 대한 공포심은 방치할 경우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심각한 행동장애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반려견이 조금이라도 소리에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면 미루지 말고 위의 행동교정 훈련을 시도해보는 것을 권장한다.
이혜원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 정책국장(수의학박사ㆍ유럽수의임상행동학회 정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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