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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시 파켓] 서울에서 안식 찾기

입력
2015.05.20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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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은 내가 왜 서울 같은 도시에서 살고 싶어하는지 이해하지 못하신다. 나는 메사추세츠의 작은 마을에서 숲으로 둘러싸인 채 자랐다. 우리 가족은 취미로 양이나 닭을 길렀다. 마을은 조용하고 평화로웠으며 기막히게 예뻤다. 카메라로 어디를 찍든 엽서에 실릴 법한 사진을 얻을 수 있다. 그곳이 정말 좋았다. 그러나 40대 초반인 지금 나는 번잡하고, 혼란스럽고, 시끄러운 거대도시에 살고 있다.

두 장소보다 더 대조되는 곳을 찾기 힘들 것 같다. 내 고향 전체보다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 단지에 더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다. 서울은 소음과 불빛으로 꽉 차있고, 밤 11시에도 교통체증이 있으며, 완벽하게 어두워지지도 않는다. 내 고향 길에는 먼지가 날렸고, 밤은 칠흑 같이 어두웠다. 마을이 가장 시끄러운 순간은 배고픈 양이 우는 때였다.

메사추세츠의 하드윅에서 서울로 옮겨와 사는 것은 그리 간단한 게 아니다. 시골 출신과 도시 출신은 생김새나 행동이 비슷할지 몰라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차이가 난다. 자연에 둘러싸여 살게 되면 감정은 억제되고 집에만 붙어있게 만든다. 시골 사람들은 자극을 찾기 위해 밖으로 나간다.

반면 도시는 너무 많은 자극을 준다. 물론 장단점이 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점 중 하나는 서울의 에너지다. 도시가 끊임없이 변화하는 모습이랄까 사람들의 의욕과 활동이 만들어내는 에너지 말이다. 서울의 그런 움직임들은 매력적이다. 그러나, 시골출신으로서 나에겐 가끔 안식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금세 불안해지기 때문이다.

서울 어디에서 안식을 찾을 수 있을까? 이게 도시살이의 어려움 중 하나다. 두 어린 아들과 살다보면 집 안에서 나만의 시간을 갖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아침 일찍 밖으로 나서 사람이 없는 카페를 찾더라도 주인들은 대개 시끄러운 노래를 틀어놓는다. (카페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는 외국인 친구들이 항상 불평하는 점이기도 하다) 서울에도 공원이나 한강을 따라 녹지가 펼쳐져 있긴 하다. 미안한 말이지만, 인공자연은 실제 자연과 같지 않다. 게다가 어딜 가나 사람들로 북적이는 것은 매한가지다. 난 한강을 따라 자전거 타는 걸 좋아하지만, 한강은 안식을 취할만한 공간은 아니다.

마크 로스코의 1953년작 ‘무제’. 마크 로스코의 표현추상주의 회화들은 구체적인 표현을 배제하고 색상의 배치만으로 사색의 시간을, 순수한 감정을 이끌어낸다. 코바나컨텐츠 제공
마크 로스코의 1953년작 ‘무제’. 마크 로스코의 표현추상주의 회화들은 구체적인 표현을 배제하고 색상의 배치만으로 사색의 시간을, 순수한 감정을 이끌어낸다. 코바나컨텐츠 제공

지난 몇 주 동안 사이 겪은 드문 경험 중 하나는, 서울아트센터에서 열린 ‘마크 로스코 전(展)’에서 도시의 소음과 활동성에 지친 상념을 머릿속에서 씻어낼 수 있었다는 점이다. 따뜻하고 포근한 색채의 그림들을 바라보면서 난 잠시 도시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관련기사 ▶ 말은 필요없다, 잡스가 사랑한 그 작가) 특정 영화들도 매우 유용하다. 누군가는 ‘이다’(Ida, 2013, 파벨 포리코브스키 감독) 같은 예술영화를 지루하게 여길지 몰라도, 스스로를 빠져들게 내버려둔다면 영화는 우리에게 색다른 감정 세계를 경험하게 해준다.

예술은 사람마다 다른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책, 영화, 그림, 음악 등은 자극과 흥분의 원천이 된다. 그러나 도시의 끊임없는 움직임 속에서 사는 사람들에게 있어 예술은 안식을 찾을 수 있는 좋은 수단이 될 수 있다. 이것이 서울에서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인 것이다. 영화평론가 겸 배우

<원문보기>

Finding Peace in Seoul

My parents can’t understand why I’d ever want to live in a city like Seoul. I grew up in a small town in Massachusetts, in the middle of the woods. We raised sheep and chickens as a hobby. It was quiet and peaceful, and remarkably pretty: point a camera in any direction, and you get a photo that looks like it belongs on a postcard. I very much liked living there. But here I am in my early 40s, living in a crowded, confusing, loud metropolis.

It’s hard to think of two more opposite places. More people live in my apartment complex in Seoul than in my entire hometown. Seoul is filled with noise and light; there are traffic jams at 11pm, and it never gets fully dark. In my hometown, I lived on a dirt road, the nights were as black as ink, and the loudest it ever got was when the sheep got hungry.

It’s not a simple thing to go from living in Hardwick, Massachusetts to living in Seoul. People who grow up in the country are different from people who grow up in the city. We may look and act the same, but differences exist under the surface. There’s something about living among the trees that regulates your emotions, and keeps you grounded. People living in the country go out looking for stimulation.

The city, by contrast, provides an overload of stimulation. This is both a good thing and a bad thing. One of my favorite things about Seoul is its energy: the way that the city is constantly transforming, and the ambition and activity of its people. The movement of the city attracts me. But as a country person, every so often I need to find some peace within the city. Otherwise, it’s easy to become unhinged.

Where to find peace in Seoul? That is one of the difficulties of living in this city. With two young sons, it’s rare to find a quiet moment at home. If I go out early in the morning I can find an empty cafe, but usually the owners pump in loud music. (The music in cafes is something that my non-Korean friends always complain about.) There are green spaces in Seoul, in parks or alongside the Han River, but I’m sorry ? fake nature is not the same thing as real nature, and at any rate they are always crowded with people. I love riding a bicycle alongside the Han River, but it’s not a place to find peace.

One of the rare moments in the past week when I was able to clear my mind of the noise and activity of the city was at the Rothko exhibition at Seoul Arts Center. Staring at the paintings, with their warm, enveloping colors, made the rest of the city fade away for a time. Certain films are able to do this as well. Some people might find art movies like Ida boring, but if you let yourself be taken in by them, they can carry you to a different emotional place.

Art can be different things to different people. Books, movies, painting, music ? they can all be a source of stimulation and excitement. But for people living amidst the never-ending movement and activity of the city, they can also be one of the best ways to find peace. It’s a way to live happily in 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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