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 자금의 단기화 비율이 8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기준금리 인하의 여파로 시중에 자금이 많이 풀렸지만 이들 자금은 저금리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해 금융시장을 떠돌고 있는 것이다.
20일 한국은행과 금융시장에 따르면 지난 3월 시중의 총유동성(Lfㆍ평잔 기준)에서 현금과 인출이 자유로운 수시입출식 예금, 요구불 예금을 합친 협의통화(M1)가 차지하는 비중은 20.7%를 기록했다. 이는 2007년 3월 21.5% 이후 8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 비율은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 당시인 2008년 9월 16.8%에서 2011년 초 20%를 넘어섰다가 하락세로 돌아서 2012년 9월 18.2%까지 떨어졌다. 이후 단계적으로 올라 작년 12월 20.4%로 20%를 다시 넘었고 1월 20.3%, 2월 20.6% 등으로 20% 선을 웃돌았다.
M1은 지난 3월 평잔기준 600조7,199억원으로 작년 같은 달보다 15.5%나 증가하면서 600조원 선을 돌파했다. 3월 M1의 작년 동기 대비 증가율 15.5%는 2010년 2월 15.9%를 기록한 이후 5년 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M1에 머니마켓펀드(MMF), 2년 미만 정기예적금, 수익증권 등을 합친 광의통화(M2) 증가율은 3월 8.3%에 그쳐 M1 증가율이 M2의 2배에 육박했다. 말잔 기준으로는 앞서 지난 2월에 602조4,503억원으로 600조원을 넘었다.
이런 시중 자금의 단기부동화는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로 은행 수신금리가 급격히 하락해 이자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시중에 풀린 유동성은 늘었지만 단기 부동화 경향이 심해진 것은 자금이 투자 등 실물경제의 수요로 이어지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자금흐름의 단면이기도 하다. 실제로 돈을 수시로 찾을 수 있는 수시입출식 저축성예금의 3월 잔액은 386조84억원으로 작년 같은 달보다 14% 늘었다. 반면 M2에 포함되는 2년 미만 정기예적금은 875조1,256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0.2% 감소했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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