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21일 북한 개성공단을 방문하게 되면서 남북관계는 물론 2017년 대선 판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전망이다. 대표적인 국제기구의 한국인 수장이 남북경제협력 현장을 방문한다는 점에서 긴장이 고조되던 남북관계 개선에 도움이 될 가능성이 높다. 또 반기문 총장 본인은 부인하지만, 그의 방북으로 한반도 평화가 촉진된다면 2016년 12월 사무총장 임기 만료 후 차기 대선주자로서 정치권의 러브콜이 쏟아질 개연성도 크다는 분석이다.
임기 초부터 한반도 평화메신저 의지 강해
이번 개성공단 방문 성사에는 반 총장의 강력한 의지가 작용했다. 반 총장은 2006년 유엔 사무총장에 당선되기 전인 외교부 장관 시절부터 남북 화해, 경제협력의 상징인 개성공단에 관심과 애정이 많았다. 2007년 이후 유엔에서 일하면서도 남북 화해와 한반도 평화 안정에 기여하겠다며 여러 차례 방북 의사를 밝혀왔다. 반 총장은 19일 기자회견에서도 “대화가 유일하게 한반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 외교부나 통일부가 아닌 유엔 사무총장실을 통해 뉴욕의 유엔 북한대표부와 직접 접촉하며 방북을 성사시키는 등 각별한 의지를 보였다.
박근혜정부 들어 남북관계가 계속 삐걱대는 상황이었던 만큼 반 총장의 개성공단 방문 성사 자체로 대화 분위기 조성에는 도움이 될 전망이다. 1993년 부트로스 갈리 당시 유엔 사무총장 방북 후 22년 만에 유엔 수장이 북한을 방문하면서 세계의 이목을 끌고 남북 화해 분위기 조성에 일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이 19일 오전 반 총장의 개성공단 방문을 최종 승인한 것도 김정은 체제 등장 후 국제사회에서의 이미지 개선을 중시하는 분위기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반 총장은 특히 유엔 차원의 대북 지원 가능성도 언급하는 등 향후 대북관계 개선도 염두에 뒀다. 다만 북측에서 이수용 외무상이나 김양건 노동당 대남비서 등 고위급 인사가 나와 반 총장을 면담하더라도 이들이 남북 화해 관련 정치적 메시지를 전달할 가능성은 낮아 상징적 방북에 그칠 공산도 크다.
본인은 부인하나 반 총장 방북은 대선에도 영향
반 총장의 개성공단 방문은 여야 정치권에도 미묘한 여파를 미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2017년 대선 관련 각종 여론조사에서 반 총장을 대통령 후보군에 넣을 경우 30% 이상 지지율로 1위를 달렸다. 하지만 반 총장은 이날 “개성공단 방문을 다른 목적으로 추측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정치적 해석을 경계했다. 또 “국내정치는 한국 발전을 위해 헌신하겠다며 노력하는 분들이 많이 있는 만큼 그런 분들이 국민의 판단을 받아 역할을 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본인을 대선 여론조사 명단에서 빼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되던 ‘반기문 대망론’을 경계한 것이다.
반 총장은 그동안 국내 정관계 인사들을 접촉할 때마다 유엔 임기 만료 후 한국 정치권에 들어갈 뜻이 없음을 분명히 해왔다. 그러나 외교 소식통은 “세계 대통령으로 불리는 유엔 사무총장이 개성공단에 이어 향후 평양 방문까지 성사시켜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을 만나고 한반도 평화 정착의 계기를 만들 경우 국내외 정치적 파급력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상원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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