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역사인식 비판’ 전방위 확산…서명학자 전세계 500명 육박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역사인식을 비판하는 세계 역사학계 집단성명에 동참한 학자들의 숫자가 무려 500명에 육박했다.
지난 6일 세계 저명 역사학자 187명의 서명으로 촉발된 집단성명 사태가 지역과 전공을 넘어 전방위로 확산하는 양상이어서, 일본제국주의 과거사에 대한 진정한 반성과 사과를 외면해온 아베 총리의 국제적 입지가 더욱 좁아지게 됐다.
성명을 주도한 미국 코네티컷 대학의 알렉시스 더든 교수는 19일 “역사학자 187명이 아베 총리에게 공개서한을 보낸 이후 전 세계 동료들로부터 엄청난 지지가 쏟아졌다”며 “이들은 한결같이 자신의 이름을 성명에 올려달라고 요청했다”고 알려왔다.
성명에 동참한 학자들의 수는 이날 현재 456명으로 집계돼 불과 2주 만에 두 배 이상으로 불어났다. 특히 전공 분야가 단지 역사학에 그치지 않고 정치학, 인류학, 문학, 종교 등 인문학과 관련된 거의 모든 분야를 망라해 그 의미가 더욱 크다고 더든 교수는 밝혔다.
2차 성명에는 현재 미국 바드대학에서 인권과 언론학을 가르치며 중국과 일본 문화에 대한 연구성과와 언론활동, 다큐멘터리 영화 제작 등으로도 잘 알려진 석학인 이안 브루마(64) 교수와 일본사상사를 시작으로 문화와 문학, 비교사상 분야 연구로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학자들과도 활발한 공동 연구로 유명한 코넬대에서 연구활동 중인 사카이 나오키(68) 교수가 참여했다.
또한 미국 조지타운대에서 오랫동안 한국학 분야에서 업적을 쌓은 뒤 은퇴한 조봉완(미국명 보니 오) 명예교수도 추가 성명에 이름을 올렸다. 조 명예교수는 1996년 조지타운대에서 최초로 군위안부 학회를 기획하기도 했다. 그를 비롯해 7명의 한인 학자가 이번 추가 성명에 참여했다.
이밖에 독일 일본학연구소(DIJ)의 프란츠 발덴베르그, 프랑스 사회과학고등연구원(EHESS)의 세바스찬 르셰발리에 같은 일본학 권위자들도 추가 성명에 이름을 올렸다.
버클리 캘리포니아대의 스티븐 보겔·어윈 샤이네르, 메릴랜드대의 말린 메이오, 미네소타대의 마이클 몰래스키, 스탠퍼드대의 하루미 베푸, 영국 옥스퍼드대의 이언 니리, 일본 와세다대의 글렌다 로버츠, 국제일본문화연구원의 존 로런스, 소피아대학의 고이치 나가노도 동아시아를 주제로 한 연구의 전문가들이다.
미국 정책연구기관 ‘아시아 폴리시 포인트’를 이끄는 민디 코틀러 소장이나 일본에서 오랫동안 군위안부 문제를 연구해 온 다나카 유키 같이 강단을 떠나 활동하는 연구자들도 2차 서명에 참여했다.
더든 교수는 “성명에 동참한 학자들은 일본 연구자들의 책임은 일본에 대한 공개 토론의 장을 만들고 현재와 미래 세대를 위해 과거에 대한 정확한 기록을 남기는 것이라는데 모두 뜻을 같이하고 있다”며 “그러나 우리는 모두 특정한 역사와 사건에 대해 공개 토론의 기회를 제한하려는 반(反)생산적인 일본 내의 기류를 목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학자들은 이번 서명에 참여하면서 분명히 동의했다”며 “일본군 위안부의 역사적 사실을 뒷받침하는 증거들이 피해 여성 다수가 자신들의 의지에 반해 붙잡혔고 일본군이 조직한 국가적 후원시스템에 의해 공포스러운 야만의 제물이 됐음을 풍부하게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미국과 유럽, 호주에서 활동 중인 일본학 전공 역사학자 187명은 지난 6일 ‘일본의 역사가들을 지지하는 공개서한’이라는 제목의 집단성명을 아베 총리에게 보낸바 있다.
박소영기자 sosyo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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