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사, 기초공사공법 무단 변경
말뚝 박아야 하는데 매트공법으로
도교육청도 '부실설계' 눈감고
붕괴 위험에도 보수·사용금지 미적
준공 직후부터 지반이 꺼지는 경북 포항시 양덕초등학교는 시공사가 6,000만원을 아끼려고 기초공사 공법을 변경했기 때문으로 드러났다. 이후 부실한 시공과 경북도교육청의 허술한 감독 등 총체적 부실이 어린 학생들을 위험에 빠뜨린 것도 확인됐다.
감사원이 최근 발표한 ‘학교 안전관리 실태’에 따르면 양덕초 설계회사는 당초부지가 모래와 실트(모래보다 곱고 점토보다 거친 퇴적토)가 섞인 연약지반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교사(교실)동 건물은 물론 급식 및 강당동 모두 말뚝공법으로 설계했다. 말뚝 공법은 특수 제작한 철근콘크리트 파일을 지하 암반층까지 박아 넣은 뒤 그 위에 건축하는 것으로, 연약지반에 주로 적용된다.
그런데 웬일인지 시공사는 급식동 기초는 흙 속에 철근콘크리트 슬라브를 치고 그 위에 구조물을 설치하는 매트공법으로 변경을 요청했고, 설계회사도 관련 규정을 무시하고 그대로 수용했다. 매트공법은 지반과 건축물의 무게가 균일하지 못하면 한쪽으로 기울 수밖에 없고, 지반이 침하하면 건축물 안전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한다. 이 때문에 2010년 준공 넉 달 만에 급식동, 급식동과 교사동을 연결하는 통로가 꺼지기 시작했다. 시공사는 공사비 절감을 위해 설계변경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원 조사 결과 이렇게 절감한 공사비는 6,000만원에 불과했다. 6,000만원을 아끼려고 아이들의 안전은 도외시한 것이다.
이 같은 부실설계에도 불구하고 경북도교육청은 양덕초의 실시계획 중 설계 적정성을 전혀 검토하지 않고 승인했다. 당시 도교육청이 조금만 세심하게 살폈다면 문제를 바로잡을 수 있었지만 이를 놓친 것이다.
부실시공 징후가 곳곳에서 발견된 뒤에도 부실감독은 계속됐다. 2010년 2월 말 학교가 준공된 후 4개월만인 같은 해 7월 교사동과 급식동을 잇는 연결통로에 균열이 발생했지만 도교육청은 5개월이나 지난 12월에야 보수를 지시했다. 게다가 사업시행자는 이듬해 3월까지 계획서만 제출하고 손을 놓아도 방관했다. 문이 뒤틀리는 등 위험하기 짝이 없는 연결통로에 대한 사용금지 조치도 내리지 않았다. 건물에 하자가 생기면 사업시행자에 지급하는 사용료를 줄일 수 있는데도 그대로 지급했다.
이후 거듭된 보수에도 불구하고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교육청은 지난 2012년 7월 급식동 지반보강 공사 후 다시 9.6㎝가량 꺼진 것을 알고도 2013년 8월 2차 보수공사 때 같은 공법을 승인했다. 급식ㆍ강당동은 지난 2010년 2월 준공 후 지난해 10월말까지 무려 73㎝나 침하된 것으로 조사됐다.
학교를 이렇게 엉망으로 만들어 놓고도 책임지는 공무원은 단 한 명도 없다. 시공 과정에 업무를 태만히 한 경북도교육청 공무원 4명 중 2명은 이미 퇴직했다. 재직 중인 2명도 징계시효가 만료됐다. 감사원은 사업시행자에 분기마다 지급하는 임대료 감액과 함께 재발 방지를 위해 직원 2명의 인사조치를 경북도교육감에 통보할 수밖에 없었다.
규정을 무시하고 설계를 변경한 설계회사와 시공사에 대해서는 각각 이들 업체가 소재한 서울시와 인천시에 영업정지 등의 조치를 취하도록 통보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학부모들의 반발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문제의 급식동은 보수공사 후 지난달 1일부터 다시 사용 중이지만 불안감을 떨칠 수 없다.
이는 주변 학교에도 불똥이 튀고 있다. 안전 사고에 불안을 느낀 학부모들이 인근 학교로 무더기 전학하는 바람에 콩나물 교실이 되고 있다.
엄정수 양덕초 안전ㆍ과밀화 대책위원회 대표는 “부실만 남고 책임자는 아무도 없는 양덕초 부실시공의 피해는 학생과 학부모가 져야 하는 상황이 됐다”며 “교육청은 물론 관련 시공사와 설계회사가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게 수사 의뢰와 물질적 정신적 피해 보상도 끝까지 요구할 것이다”고 말했다.
양덕초등학교는 민간업자가 학교를 지어 소유권을 교육청에 넘긴 뒤 사용권을 가지며, 교육청은 사업자에게 20년간 공사비와 금융비용, 기타 운영비 등을 고려해 학교 사용료 명목으로 20년간 일정액을 지급하는 BTL방식으로 건설했다.
김정혜기자 kj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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