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몰려 특근 등 생동감 넘쳐
티볼리 형제모델 출시해 판매 제고
다른 라인 조업률 낮아 갈 길은 멀어
희망 퇴직자 복직 문제도 미해결
19일 경기 평택시 칠괴동 쌍용자동차 평택공장의 조립 1라인 직원들이 형태를 갖춘 차체에 달라붙어 능숙한 손놀림으로 엔진과 변속기 등을 조립하고 있다. 라인 뒤쪽에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차체들이 줄줄이 늘어서 있다. 모두 올해 1월 출시돼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킨 티볼리다. 티볼리는 2,300여 개의 부품이 조립 라인의 95개 공정을 거친 뒤 비로소 제 모습을 갖췄다.
지난해까지 코란도C만 생산한 1라인은 티볼리를 같이 만들며 평택공장의 총 3개 라인 중 가장 바쁜 일터가 됐다. 주ㆍ야간 교대에 잔업까지 해 조업률이 82%까지 올라갔다. 생산량이 시간당 19대인데도 밀려드는 주문을 감당하기에 버거운 상황이다. 현재 대기 중인 소비자만 4,000여 명에 수출물량도 1,000대 이상 밀렸다.
직원들은 어린이날까지 특근을 했지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 공장 분위기가 살아나고 있다고 전했다. 13년째 근무 중인 전장현 산업안전팀 대리는 “예전 같으면 생산라인 공개는 어림 없었다”며 “티볼리를 생산한 뒤 공장에 활기가 돌고 있다”고 말했다.
쌍용차는 상하이차그룹 ‘먹튀 논란’과 법정관리, 그리고 나라를 뒤흔든 2009년 ‘쌍용차 사태’까지 어떤 기업보다 험난한 길을 걸어왔다. 이런 쌍용차에게 티볼리는 그만큼 각별한 의미가 있다.
2011년 인도 마힌드라그룹이 인수한 뒤 내놓는 첫 신차인데다 처음 도전한 2,000㏄ 미만 SUV다. 요 몇 년간 연간 판매량이 14만대 수준인 쌍용차가 향후 10만대 판매를 목표로 플랫폼(차량 기본 골격)을 새로 만든 야심작이다.
다행히 티볼리는 지난달까지 내수 1만1,457대에 수출 4,116대의 실적을 올리며 쌍용차 판매를 이끌었다. 생산품질을 총괄하는 하광용 전무는 “코란도C가 2009년 고난을 겪으면서도 붙잡았던 ‘희망의 끈’이라면 티볼리는 국민이 어려움을 겪은 우리에게 한번 더 준 소중한 기회”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만큼 “티볼리에 쌍용차의 혼이 담겼다”고 강조했다.
쌍용차는 수년 만에 찾아온 회생의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티볼리 형제 모델을 곧 출시한다. 올해 6월 디젤 티볼리를 수출하고, 7월부터 국내에서도 판매할 계획이다. 연말에 차축을 늘린 티볼리 롱보디도 생산한다. 2017년쯤 티볼리 플랫폼으로 올 서울모터쇼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한 SUV 콘셉트카 XAV까지 양산할 계획이다.
티볼리가 잘 나가지만 쌍용차의 갈 길은 아직 멀다. 체어맨과 투리스모를 생산하는 2라인 조업률은 19%에 불과하고, 코란도스포츠와 렉스턴 등을 만드는 3라인도 조업률이 55%에 그치고 있다.
3개 라인이 모두 주ㆍ야간 교대근무를 해 연간 25만대를 생산해야 조업률 100%가 가능하지만 환율 영향으로 러시아와 남미 등 주력 수출시장이 붕괴됐다. 여기에 희망퇴직자 복직 문제도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평택공장 조립 1라인에 걸린 큼직한 현수막에서도 이 같은 위기감과 비장한 각오가 묻어 났다. ‘위기 닥친 우리 회사, 우리 만이 할 수 있다.’
평택=김창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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