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여자친구와는 사귄지 3년이 다 되어갑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 생활 하는 과정을 함께 지내다보니 서로 정도 많이 들었고, 서로에 대한 믿음도 어느 정도는 있다고 생각해요. 큰 탈 없이 사귀고는 있지만 가끔씩 저희 커플에게 가장 괴로운 시간이 있다면 그건 바로 싸울 때일 겁니다. 회사에 다니고부터 확실히 예전만큼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없게 되었는데, 그 때문에 여자친구는 예전보다 많이 서운해 하는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자꾸 말다툼이 잦아지고, 그리고 그럴 때마다 여자친구는 협박하듯이 "이럴 거면 헤어져!"라고 말을 합니다. 싸우는 것까지는 견딜 수 있어요. 하지만 자꾸 헤어지자는 이야기를 입에 담는 것은 이해하기가 힘듭니다. 정말 헤어지고 싶어서 그러는 건가요? 아니면 도대체 무슨 이유로 저런 말을 반복적으로 하는 것일까요. 그 말만은 하지 말라고 해도 그 때뿐입니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까요?
A 부부관계 전문가인 존 가트맨 박사는 '러브 랩'이라는 실험을 했다고 하죠. 실제 부부를 집처럼 꾸며둔 공간에 머무르게 하고, 그들이 갈등에 대처하는 방식을 통해 그들의 관계를 분석하고 그래서 결국 그 커플이 헤어질지 그렇지 않을지를 판단하는 그런 실험이었다고 해요. 존 가트맨 박사가 주목한 것은 그들이 기분 좋을 때 서로를 대하는 방식이 아니었습니다. 갈등 상황에서 상대방에게 어떤 식으로 행동하는지에 대해서 주목했죠. 좋을 때 서로에게 하하호호 웃으며 잘해주는 일은 분명 필요한 일이지만, 두 사람의 관계에 좀 더 치명적인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건 갈등 상황에 있을 때 서로를 대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했던 겁니다.
존 가트맨 박사가 10년간 연구한 결과 내린 결론은 이렇습니다. '싸우는 것 자체는 커플의 지속 여부에 큰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 다만 '어떻게 싸우는가'가 커플에게 더 많은 영향력을 끼친다. 비판하기, 방어하기, 깔보기, 무시라는 과정을 거치는 커플은 훨씬 더 높은 확률로 헤어지게 된다' 싸우는 것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싸우는 과정에서 서로를 다치게 하는 말을 서슴지 않으며 싸움을 통해 서로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려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든 자기 뜻만 관철시키려고 한다면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것을 피할 수 없다는 뜻이었을 겁니다. 실제로 그런 커플들은 80%에 가까운 확률로 이혼을 경험하기도 했다고 하네요.
사연을 읽어보니 여자친구에 대한 원망이 느껴져서 저 역시 마음이 무겁습니다.
1. 함께 시간을 보내지 못한 것은 딱히 내 탓도 아니고 일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인데 자꾸 서운하다고 하니까 무력감이 들고 화가 난다.
2. 어느 정도 미안함을 표시했으면 좀 누그러진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는데 매번 내 탓으로 돌리는 것 같아서 사과하기도 싫고 그러다 보니 나도 좋은 말이 안 나간다.
3. 싸우는 것 자체만으로도 스트레스를 받는데 그 와중에 헤어지네 마네 이 문제를 자꾸 걸고 넘어지니까 정말로 헤어지고 싶은 충동이 든다.
아마도 당신의 원망은 이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정말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잠시 원망은 접어둔 채 '이 진부한 싸움의 모습을 어떻게 바꿔야 할까'에 고민을 집중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첫째,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은데 현실적인 조건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면 당신의 상황에 대해 그녀에게 좀 더 자세히 설명을 하고 이해를 구하는 과정이 필요해요. 바쁜 거 뻔히 알텐데 이렇게까지 해야 해? 당연히 알아줘야 하는 거 아니야? 라는 생각은 옳지 않아요. 상대방에게 스스로를 이해시키는 것은 연인 관계를 건강하게 유지시키기 위해 꼭 필요한 일이니까요. 그렇게 했는데도 상대방이 변함없이 짜증 섞인 태도로 일관한다면 그 때는 단호하게 '그러지 말아주었으면 좋겠다'는 뜻을 전달할 필요가 있을 거예요. 당신에게는 그저 짜증이나 불평으로 들릴지 모르지만 그녀는 '힘들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일지 모르니, 지금 가장 필요한 건 지금의 이 상황을 둘러싼 둘의 대화가 아닐까요. '왜 저렇게 시간을 안내주고 바쁜척을 하지? '왜 저렇게 맨날 불평이 가득이지? 나도 바쁘고 힘들어 죽겠구만...'이라는 생각이 교차하는 커플이라면 정말 답은 없어요.
둘째, 당신이 제일 힘들게 생각하고 있는 '이럴 거면 헤어져'라는 말 말이예요. 실제로 참 많은 남녀들이 저 말로 상대방을 조종하려 들죠. 저 역시 한 때는 그런 말을 연인에게 해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서 왜 그런 말을 하는지 이야기를 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그 말은 '나도 너무 힘드니까 제발 이러지 말자, 내가 이런 말을 하더라도 너는 나를 꽉 잡아줘'라는 간절한 마음을 반어법 격으로 표현한 것일 수도 있고요, '지금 내가 헤어짐을 생각할만큼 너무 힘든데 너는 내 이야기를 전혀 듣고 있지 않는 것 같으니 나는 이렇게 충격요법이라도 써야겠다'는 생각의 표현일 수도 있어요. 정말로 헤어지고 싶어서 이런 말을 할 수도 있겠지만, 글쎄요, 그럼 이렇게까지 반복적으로 이야기를 하게 될 일도 없었을 것 같네요.
A라는 생각을 A라고 표현하지 못하고 돌려서 A`로 표현하는 것은 그리 합리적인 대화의 태도가 아니라는 걸 알기에 저는 더 이상 그렇게 말하지 않지만, 그녀의 그런 반복적인 호소 내지는 협박을 멈출 수 있는 건 당신의 단호한 의사 표현이라는 것만은 기억했으면 해요. "나는 너를 아끼고 이 관계를 소중하게 생각하지만, 네가 그렇게 반복적으로 헤어지자고 이야기할 때 정말 힘들고 맥이 빠져. 무엇보다도, 네가 나를 존중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어. 그 말만은 하지 말아주었으면 해." 이렇게 말해보면 어떨까요. 따뜻하지만 단호하게 자신의 생각을 밝히는 일, 그건 위기의 연인들이 서로에게 할 수 있는 최고의 배려가 아닐까요. 연애 칼럼니스트.
● 방송에서도 나온 남녀의 생각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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