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무역이란 국가간 상품의 교역과 투자를 위한 자본 이동이 자유롭게 이루어지는 상태를 말한다. 하지만 완전한 자유무역은 어렵다. 나라마다 산업발전 수준이 다르고, 정책 여건도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1960년대나 70년대에 우리나라와 일본이 무조건적 자유무역을 했다면 자체 생산능력도 없는 상태에서 일제 철강이나 전자제품이 국내에 마구 들어와 오늘날의 포스코나 삼성전자 같은 기업을 일구기 어려웠을 것이다. 따라서 자유무역에는 언제나 일정한 양허조건이 있게 마련이다.
▦ 일단 자유무역을 하기로 하면, 그 다음으로 중요한 게 무역ㆍ투자 분쟁을 어떻게 해결할 것이냐의 문제다. 분쟁이 발생할 경우, 우선적으로 시비를 따지는 기준은 자유무역협정문이다. 하지만 분쟁 당사자들 사이에 문제 행위에 대한 입장이나, 협정문에 대한 해석이 다를 경우엔 결국 국제적으로 합당한 권위를 갖춘 제3자가 최종적 판단에 나서게 된다. 덤핑 판정 등 상품교역 관련 분쟁은 주로 세계무역기구(WTO)나 유엔국제무역법위원회(UNCITRAL) 등의 분쟁해결절차에 따르게 돼있다.
▦ 한편 국제 투자에서는 외국에 투자를 했는데, 예기치 못한 외국 정부의 정책 변화나 현지 법에 의해 투자자가 피해를 입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그런 상황에서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국제적 구제 규범인 ‘국가와 다른 국가의 국민간에 투자분쟁 해결에 관한 협약(워싱턴협약)’이 1965년 성립됐다. 이듬해엔 세계은행(World Bank) 산하 집행기관으로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가 워싱턴에 설치됐다.
▦ 결국 WTO 절차나 ICSID는 무역과 투자에 관한 한 ‘글로벌스탠다드’를 강제하는 지구촌의 사법부인 셈이다. 문제는 그런 시스템 자체가 일찍부터 자유무역이 유리한 서구 선진국들의 주도로 구축됐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투자를 받은 국가의 자주적 이해보다는 투자자를 보호하는 쪽에 설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그런 우려 때문인지 외환은행 투자를 둘러싼 우리 정부와 미국계 펀드인 론스타와의 최근 국제소송도 ICSID 소재지이지만 적지일 수밖에 없는 워싱턴 DC에서 진행되는 현실부터 탐탁하지는 않다.
장인철 논설위원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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