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총리 후보 인선에 장고(長考)를 거듭하고 있다. 오늘로 이완구 전 총리가 공식 사임한 지난달 27일부터 22일, 해외 순방 중인 박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해 청와대가 사실상 후임자 물색에 착수한 지난달 21일부터는 벌써 29일째다. 주중에 서둘러 후보를 지명해도 국회 임명동의를 위한 인사청문회 등을 감안하면 6월 하순에나 새 총리의 취임과 업무 수행이 가능하다. 벌써부터 최소한 두 달의 총리 공백 상태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무성해진 이유다.
총리 후보 인선에 이리 오래 뜸을 들이는 청와대의 속사정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민주화 이후 역대 어느 정부의 총리 임명도 조용하지 못했지만, 박근혜 정부 들어서는 소란이 유난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을 지낸 김용준 전 헌법재판소장이 첫 총리 후보로 낙점을 받았으나 국회 청문회에 서보지도 못하고 낙마한 것을 시작으로 안대희 전 대법관과 문창극 전 중앙일보 주필도 청문회에 서지조차 못했다. 당초 예상과 달리 인사청문회를 힘겹게 거친 이 전 총리가 결국 조기 퇴진,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는 마당이다. 믿을 사람이 없다는 탄식과 함께 최대한 엄격한 사전검증 다짐이 있었음직하다. 이런 점에서는 현재의 총리 공백 장기화는 후임 총리 후보에 대한 검증이 길어지고 있는 데 따른 것이라 볼 수 있다.
그러나 속사정이 아무리 괴롭다고 헌법기관인 총리 자리를 이리 오랫동안 막무가내로 비워놓아서는 안 된다.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총리업무를 대행하고 있다지만, 당장 총리 업무나 부총리 업무 가운데 하나에는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 더욱이 이렇게 공백이 길어지다 보면 총리라는 헌법기관은 없어도 그만이라는 그릇된 국민인식만 키울 수 있다. 주권자인 국민이 헌법기관의 존재이유에 의문을 품는 것은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일로 결코 가벼이 여길 수 없다. 이런 상황을 방관하는 것은 헌법 제66조 2항이 ‘국가의 독립, 영토의 보전, 국가의 계속성’과 함께 규정한 대통령의 ‘헌법 수호’책무에 어긋난다. 따라서 서둘러 새 총리를 임명하는 것을 최우선 국정 과제로 삼아 마땅하다.
이런 헌법적 요구에 비추어 총리 인선과 관련한 다른 현실적 고려는 나중 일이다. ‘책임총리’나 ‘간판총리’, ‘실무총리’의 구분은 결국 직무 위임범위에 대한 대통령의 선택과 결단에 달렸을 뿐, 후보자의 역량에 따라 나뉘어지는 것도 아니다. 또한 ‘내 사람’에 한정해 온 그 동안의 인재 풀을 넓힐 수 있다면, 인적 자원으로 이만큼 살게 된 이 나라에 어찌 적임자가 없으랴. 청와대가 현재의 총리 공백 상태에 비상한 경각심을 갖고 하루 빨리 총리 후보를 지명하길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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