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뭔 꼴인지 모르겠다. 아쉽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한다.” 17일 프랑스 남부 휴양도시 칸에서 만난 한 유명 영화인은 분통을 터트렸다. 최근 영화진흥위원회와 부산국제영화제 사이에 빚어진 갈등이 이 곳에서 재연되고 있는 탓이다.
영진위와 부산영화제는 수년 동안 칸국제영화제에서 함께 해왔던 ‘한국영화의 밤’ 행사를 올해 따로 치렀다. 부산영화제는 이날 오후 ‘부산영화제와의 점심’ 행사를 열었고, 영진위는 한국영화의 밤을 별도로 진행했다. 두 행사 모두 해외 영화인과 한국 영화인들의 만남을 주선하는 자리다. 각자 열심히 한국영화와 부산영화제를 알리기 위해 행사를 따로 열었다고 하나 속내는 딴판이다. 김세훈 영진위원장은 초대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부산영화제 행사에 불참했고, 부산영화제 관계자들은 한국영화의 밤에 나타나지 않았다. 이유야 어쨌든 볼썽사납다.
영진위와 부산영화제는 표면적으로는 예산 지원 때문에 대립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영진위는 ‘2015년 글로벌 국제영화제 육성지원 공모’결과를 발표하며 부산영화제 지원액을 지난해 14억6,000만원에서 8억원으로 줄였다. 6억6,000만원이 삭감됐으니 부산영화제의 충격이 클 만도 하다. 부산영화제의 올해 예산은 120억원이다. “부산영화제는 이미 명실공히 글로벌 영화제로 위상을 점유하고 있어 자생력 강화를 위해” 지원액을 줄였다는 게 영진위의 설명이다.
부산영화제의 해석은 다르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를 다룬 다큐멘터리 ‘다이빙벨’ 상영에 대한 조치로 간주하고 있다. 예산으로 영화제 길들이기에 나섰다는 것이다. 부산영화제는 지난 12일 공개 서면질의서까지 보냈다. 영진위 지원액이 줄면서 후원 기업사도 떨어져나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칸에서 만난 김세훈 영진위원장은 “원칙대로 심사했다”며 “영화 진흥을 위해 할 일이 많은데 자꾸 정치적인 해석만 한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대다수 영화인들은 올해 20회를 맞아 더 성대하게 치를만한 부산영화제의 지원액을 줄인 이유를 알 수 없다는 반응이다. 20돌 잔치가 빛을 바래지 않을까 우려가 많다. 칸영화제의 화려한 레드 카펫 위에서 부산영화제의 미래를 생각하니 아찔하기만 하다.
칸=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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