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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찍기는 자기 자신과 대면하는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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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찍기는 자기 자신과 대면하는 과정

입력
2015.05.18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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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교실 운영하며 심리상담도

"기술보다 자기 얘기 찾는 게 중요"

임종진 대표는 “사진기술을 배우기 전에 가슴이 어디로 향하고 무엇에 마음이 가는지 먼저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명현 인턴기자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4)
임종진 대표는 “사진기술을 배우기 전에 가슴이 어디로 향하고 무엇에 마음이 가는지 먼저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명현 인턴기자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4)

“기존 사진집단의 선생들이 가르치는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사진은 이렇게 찍어야 된다, 그렇게 찍으면 안 된다’라는 말부터가 잘 못됐다고 생각한 거죠. 각자의 생각을 꺼내게 만들고 스스로의 방식과 성향대로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격려해주는 조력자 역할을 하고 싶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사진을 ‘잘’ 찍는지 배우고 싶어 찾아간 이들에게 ‘무엇을’ 찍을 것 인지에 대해 몇 달이고 생각하게 하는 사진교실, 이 독특한 가르침을 전수하는 임종진(47) 달팽이사진골방 대표는 최근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모든 수업에서 사진이미지에 대한 기술적인 조언보다 사진행위를 통한 자신의 이야기를 찾는 것에 더 큰 의미를 둔다”고 말했다.

임 대표는 운영 모토로 내걸었던 ‘천천히, 깊게, 느리게’를 최근 열린 ‘긴걸음과정’수강생들의 사진전 제목으로 붙였다. 단기 과정만 진행해 오던 임 대표가 지난해 처음 개설한 1년 과정의 긴걸음과정 수업에서 이 모토가 더욱 빛을 발했다. 그는 1년 동안 수강생들에게 천천히 깊고 느리게 자기 자신과 대면할 것을 거듭 요청했다.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결국 자기 존재를 확인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서다. “존재하지 않는 것은 사진으로 찍을 수 없으니 존재하는 것에 대한 존엄성을 먼저 생각하게 합니다. 그 다음 단계는 자기 안에 들어와 있는 우울, 외로움, 고립 등의 감정을 존중하고 그 실체와 마주하게 하는 것이죠. 어색해하기도 하지만 스스로를 알게 되는 데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임 대표는 사진에 있어 기술적인 부분은 ‘굳이 배우지 않아도 될 부분’이라고 했다. 그는 “기술적인 것들을 익히면 좀 더 다양한 표현은 가능해지지만 그걸 배우기 전에 당신의 생각이나 가슴이 어디로 향하고 무엇에 마음이 가는지 먼저 확인을 해야 한다”며 “천천히 다가선 이후에 기술적인 욕구가 솟아나면 그때 활용하라. 그게 아니라면 굳이 안 해도 된다”고 조언했다.

임종진 대표는 “사진기술을 배우기 전에 가슴이 어디로 향하고 무엇에 마음이 가는지 먼저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명현 인턴기자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4)
임종진 대표는 “사진기술을 배우기 전에 가슴이 어디로 향하고 무엇에 마음이 가는지 먼저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명현 인턴기자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4)

사진 수업을 진행하면서 임 대표는 자신의 방식을 절대 권유하지 않는다. 한 발짝 떨어져 수강생들이 각자의 몫을 꺼낼 수 있도록 도울 뿐이다. 진득하게 남의 이야기 듣는 걸 좋아한다는 그는 처음부터 수강생들이 서로의 이야기를 자유롭게 나눌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었다. 사진심리상담사이기도 한 그가 수업과 상담을 병행한 것 또한 개개인의 이야기를 끄집어 내는데 큰 역할을 했다. 점차 수업이 진행될수록 입을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전하던 수강생들이 사진에 하고 싶은 말을 담아냈다. “저도 저만의 고유 방식이 있듯이 각자의 방식을 존중합니다. 스스로 무언가를 확인하고 깨닫게 되면서 사진의 가치가 깊어지죠. 어느 순간부터 전문사진가들의 사진이 저를 감동시키지 않았는데 이 분들의 사진에서 굉장한 감동을 느꼈습니다.”

사진전에 참여한 18명은 10대부터 60대까지 사연도 다양했다. 다양한 사연만큼이나 사진에도 확실한 개성이 담겨있어 어우러지지 않을 것 같았지만 피사체에 대한 오랜 고민과 따뜻함이 녹아 있어 이상하리만치 조화로웠다. 장애인인권운동가 친구의 이야기를 사진에 담아낸 빈민운동가 최인기(50)씨는 “사진 수업을 통해 사진과 사람을 대하는 기본적인 자세를 알게 됐다”며 “그간 선생님이 강조한 사람에 대한 존중이 작업에 굉장히 많은 도움이 됐고 앞으로도 큰 방향이 될 것”이라고 했다.

임 대표는 달팽이사진골방 운영과 더불어 5.18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한 사진치료활동도 함께 하고 있다. 앞으로도 사진을 통한 조력자 역할을 계속할 생각이다. “많은 사람들에게 사진을 통해 자신을 살필 수 있는 시간을 줄 수 있는 일이라면 뭐든 할겁니다. 그러기 위해서 사진의 쓰임에 대한 고민을 계속해야죠.”

김새미나 인턴기자 saemin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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