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 입법, 행정 삼권의 견제와 균형에 의한 국가 운영은 대통령제의 기본원리다. 특히 입법부와 행정부의 긴장적 협조와 적정 수준의 길항이 유지될 때 권력의 쏠림 현상 방지라는 대통령제의 취지가 구현될 수 있다. 의회가 내각을 구성함으로써 입법과 행정의 융합을 추구하는 내각제의 권력 운용 원리와는 다르다.
물론 대통령제는 기본적으로 대통령과 의회라는 이원적인 정통성에 입각하고 있다. 대통령제의 이러한 권력구조는 프랑스의 동거정부나 여소야대 분점정부의 경우처럼 교착상태를 야기할 수 있는 기본 한계를 안고 있다. 절차적 민주주의가 확립된 이후인 1988년 13대 총선 이후 형성된 여소야대 정국이 대표적이다. 이를 미국의 정치학자 레이파트는 집행부와 입법부의 갈등에 따른 교착으로 표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제는 삼권이 분리되어 운영되는 권력구조이다.
한국 대통령제에는 내각제적 요소가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이는 대통령제의 기본 원리를 흔들지 않는 범위 내에서 운용되어야 한다. 현재 국회의원과 국무위원의 겸직은 헌법 43조의 ‘국회의원은 법률이 정하는 직을 겸할 수 없다’는 조항과 국회법 29조의 ‘의원은 국무총리 또는 국무위원의 직 이외의 다른 직을 겸할 수 없다’는 조항에 의해서 가능하다. 박정희 정권이 독재의 문을 연 1969년 삼선개헌, 즉 6차개헌 이전에는 의원과 장관 겸직이 허용되지 않았다. 헌법 정신은 국회의원의 겸직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취지인데 2013년 국회법 개정을 통하여 겸직의 길을 열어 놓은 것이다. 당ㆍ정ㆍ청이라는 한국 특유의 집권세력 구성도 국회가 행정부를 견제함으로써 균형을 잡고 권력의 독주를 견제해야 한다는 대통령제의 원리를 벗어나서는 안 된다.
이완구 전 총리가 퇴임하기 전에 현역 의원의 신분을 유지하고 있는 국무위원은 총리와 경제부총리, 사회부총리, 여성가족부 장관, 국토부 장관, 해양수산부 장관 등 여섯 명이었다. 내각의 3분의 1이 집권당의 현역 의원이었다. 장관도 모자라 총리와 부총리까지 집권당 의원을 임명하는 관행은 대통령제의 취지와는 동떨어져 있다. 현행 법체계상 하자가 없더라도 입법부의 행정부 견제라는 대통령제 권력운용의 원리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한 술 더 떠 집권당 소속 국회의원을 대통령 특보로 임명하는 정치행태는 정치적 퇴행 그 자체다.
이완구 전 총리의 후임으로 다양한 직군의 후보가 거론되고 있다. 정무형, 개방 화합형 실세형 등으로 총리 후보군을 규정하지만 작위적인 분류다. 개인적인 역량과 역할 이전에 총리나 장관을 현역 의원에서 물색하는 관행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헌법과 법률 체계상의 절차적 정당성의 관점에서만 접근해서는 안 된다. 제도적 개선과 보완이 뒤따라야 함은 물론이다. 국회의원의 기득권 포기 차원에서라도 의원의 국무위원 겸직을 가능케 하는 국회법을 개정해야 한다. 의원의 특권 내려놓기를 실천함으로써 국회가 국민의 신뢰를 얻는 단초를 열 수 있다.
국회의원의 국무위원 겸직은 집권 세력의 입장에서 보면 내각을 통해 의회에 영향력을 증대할 수 있다는 정치적 계산과 인사청문회 부담을 덜 수 있다는 다중적인 포석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현재의 국무위원 구성은 과도하게 현역 의원 겸직이 남용되는 구조다. 정치적 후진성을 보여주는 것이며 대통령제의 기본원리에 부합하지 않는다.
현역 의원인 총리를 통하여 당과 국회에 영향력을 행사하고자 한다면 이는 하책의 정치공학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헌법에 따르면 총리는 ‘대통령을 보좌하며, 행정에 관하여 대통령의 명을 받아 행정각부를 통할’한다. 주권재민은 헌법 1조 2항에 명문화되어 있다. ‘민’의 대의기구인 의원이 대통령을 보좌하는 것은 대통령제는 물론이고 민주주의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 총리는 현역 의원의 신분을 가지고 있지 않은 인사 중에서 임명되어야 한다.
최창렬 용인대 교양학부 정치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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