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라아 정부군, IS가 점령한 팔미라 북부 하루만에 탈환
남서쪽에 바알 신전ㆍ아고라 등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곳곳에
ISㆍ시리아 정부군 교전서 민간인 등 300명 사망
시리아의 고대 유적 도시 팔미라가 주말동안 이슬람국가(IS)의 점령과 시리아 정부군의 탈환을 겪으며 수천년된 유적들이 파괴될 위험을 넘겼다. 팔미라 북부는 16일 IS가 시리아 정부군과 치열한 교전을 벌인 끝에 점령당했다고 보도됐으나 하루만에 정부군에 의해 재탈환됐다. IS가 ‘우상숭배 금지’라는 율법을 내세우며 점령지 유물ㆍ유적을 잇따라 파괴하고 있는 터라, 이번에는 팔미라의 유적이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국제 사회에 팽배했다.
17일 AP에 따르면 시리아 정부군은 16일 오후 팔미라에 있는 2개 고지를 IS로부터 탈환했으며 현재 팔미라는 정부군 통제 아래 있다고 밝혔다. 마모운 압둘카림 시리아 문화재청장도 IS가 팔미라 시내 진입은 하지 않고 이 일대에서 철수했다고 말했다.
IS는 지난 13일 팔미라 공세를 시작해 16일 팔미라 시타델(성) 남서쪽 언덕을 차지하고 정부군과 교전을 벌였다. 시리아인권관측소(SOHR)는 나흘간의 교전으로 300명 가까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SOHR에 따르면 정부군과 친정부군 성향의 민병대원 123명, IS 대원 115명, 민간인 57명 등이 숨졌다. SOHR은 민간인 사상자 가운데 수십명이 IS에 의해 처형됐다고 덧붙였다.
IS가 팔미라에서 철수했지만 SOHR은 IS가 여전히 팔미라에서 약 1㎞떨어진 지점에 머물고 있으며 팔미라 북쪽 외곽에서는 지금도 충돌이 진행중이라고 밝혀 도시는 여전히 긴장이 감돌고 있다.
팔미라는 다마스쿠스에서 북동쪽으로 250㎞ 떨어진 사막에 위치한 오아시스 도시다. ‘야자수의 도시’라는 뜻으로, 2,000년전부터 오아시스를 중심으로 사람들이 모여 살았다. 특히 1, 2세기 다양한 문명의 교차로 역할을 하면서 전통 위에 그리스 로마와 페르시아의 영향이 혼합된 독특한 예술ㆍ건축 양식을 지녀 ‘사막의 베니스’라고 불렸다.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이다.
IS의 공세로 위기에 처했던 유적은 도시 남서쪽에 위치하고 있다. 우뚝 솟은 로마시대 콜로네이드 거리, 정교하게 장식한 무덤, 바알 신전, 원형경기장, 아고라 등이 남아 있다.
압둘카림 시리아 문화재청장은 AFP와의 인터뷰에서 “IS가 팔미라 유적지로 진입한다면 팔미라는 고대 제노비아 여왕이 로마에 패배했을 때보다 더 파괴될 것”이라고 우려했었다. 제노비아 여왕은 3세기 아들 와발라트를 대신해 팔미라를 통치한 인물로, 로마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고자 반란을 꾀하다 처참하게 패배해 독립국가가 된 지 13년 만에 결국 멸망한다.
이리나 보코바 유네스코 사무총장도 “유적은 군사적 목적으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 유적 파괴는 전쟁범죄”라고 호소하며 국제사회의 관심을 촉구했다. 그는 “팔미나는 시리아와 전세계 사람들에게 대체할 수 없는 보물”이라며 “이미 이 지역은 4년 간의 내전으로 고통 받고 있다”고 말했다. 팔미라는 2011년 3월 시리아 내전 전에는 수천명의 관광객들이 찾는 대표적 관광 명소였다. 하지만 내전 시작 이후 허술해진 치안을 틈타 도굴꾼들이 박물관 유물들을 훔쳐가고 유적이 훼손되는 사건이 횡행하고 있다.
IS는 3월 이라크 북부 고대국가 아시리아의 두 번째 수도 님루드를 파괴했다. 반인반수석상 ‘라마수’는 물론 왕조의 무덤 유물들이 흔적 없이 사라졌다. 며칠 뒤 이라크 북부 고대 파르티아 제국의 원형 요새 도시 하트라, 인근 코르사바드 유적도 IS의 손에 사라졌다. 2월에는 이라크 모술박물관 전시 유물을 파괴하는 동영상을 공개했고, 지난해 7월에는 이라크 기독교 유적 ‘요나의 무덤’을 폭파시켰다. IS는 점령지 주민들이 율법대로 우상숭배를 하지 못하도록 유물ㆍ유적을 파괴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실상은 극단적인 폭력 행위를 선전활동에 악용하는 것에 불과하며 파괴하지 않은 유물은 고가로 팔아 넘겨 테러 자금으로 충당하고 있다(본보 4일자 14면).
송옥진기자 cli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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