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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뉴스] 사랑 받는 교사 vs 비난 받는 교사, 그 씁쓸함에 대하여

입력
2015.05.17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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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이춘원 시흥 장곡고 교장(정 가운데)이 경기 부천 원미동 먹자골목에서 20년 전 제자와 그 아내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며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다. 부천=고영권기자 youngkoh@hk.co.kr
지난 10일 이춘원 시흥 장곡고 교장(정 가운데)이 경기 부천 원미동 먹자골목에서 20년 전 제자와 그 아내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며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다. 부천=고영권기자 youngkoh@hk.co.kr

“추리닝 입고 같이 공 차던 선생님인데 교장 선생님이 되셨다니까 기분이 이상해요.”

“선생님, 그 때 회초리로 엉덩이 맞았을 때 엄청 아팠던 거 아세요? 진짜로 아팠다고요. 하하하.”

배 나온 30대 중반 ‘아저씨’들이 20년 만에 은사를 만나 모처럼 까까머리 중학생 때로 되돌아갔습니다. 20년 시간이 무색하게도 사제간엔 웃음이 끊이지 않았죠. 한 지상파 방송사에 20년 전 제자를 찾는다고 광고를 냈던 이춘원 시흥 장곡고 교장과 그 제자들입니다. 광고를 보고 이 교장을 기억한 제자 중 10여명이 은사를 모시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스승의 날을 앞두고 이뤄진 이들의 만남에 많은 이들이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습니다.

사실 별스러울 것 없는 사제간의 만남입니다. 그런데 감동 받았다는 사람들 반응은 뜨거웠습니다. 그동안 매스컴을 통해 전해진 게 팍팍한 교육 현장의 모습뿐이었기 때문일 수도 있겠습니다. 우리가 최근 뉴스로 접한 교육현장은 참으로 무정했습니다. 학생은 교사를 폭행하고 일선 교사는“그냥 잘 하는 애들만 데리고 가려 한다”고 털어놓습니다. 한숨 나오는 뉴스만 전파를 타는 가운데 20년 만에 ‘내 새끼’를 찾겠다는 선생님과 그에 화답한 제자들 이야기는 단비와도 같았을 겁니다.

기자가 만난 이 교장은 조금 투박했지만 모든 제자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이었습니다. 20년 만에 자리에 모인 제자들도 “잘못하면 가차없이 몽둥이로 엉덩이를 맞았지만 모든 학생을 똑같이 품어주셨던 선생님이다”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이 교장은 뒷풀이에 동석한 기자에게 “모범생이든, 말썽꾸러기이든 안 아픈 손가락이 없었다”고 고백했습니다. 그래서인지 20년 만의 모임에는 당시 반에서 1,2등 하던 성적우수생도, 선생님 말을 잘 듣던 2반 반장도, 사춘기가 심했던 말썽쟁이들도 모두 참석해 자리를 빛냈습니다. 스승에 대한 제자들 기억은 20년 전 한 교과목 교사의 유달리 작은 발사이즈를 잊지 않을 정도로 각별했습니다.

사실 이 기사를 쓰기 2주 전 공교롭게도 전혀 다른 모습의 선생님에 대한 기사를 쓴 적이 있습니다. 서울 금천구 한 초등학교에서 자신의 반 학생에게 ‘등신 XX’라고 폭언한 교사, 다들 기억하실 겁니다. 자신의 말을 잘 듣는 학생과 말썽 피우는 학생을 동물로 등급 나눠 자리를 배치하기도 했었지요. 본보 보도 이후 해당 교사는 결국 담임 직무에서 박탈되고 교육청에선 아이들에게 트라우마 치료를 제공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폭언과 차별을 ‘교권’이라고 주장하던 교사의 모습은 취재하던 제게도 씁쓸한 뒷맛을 남겼습니다.

전혀 다른 성격의 기사지만 교육 현장에 대한 사람들 관심을 방증하듯 두 기사 모두 온라인에서 독자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습니다. 굳이 두 기사의 가치를 따져 묻는다면 잘못된 걸 찾아 비판하는 사회부 기자의 본령을 감안 했을 때 ‘폭언 교사’에 대한 기사가 분명 더 가치 있다 할 것입니다. 그래도 스승에 대한 기사만큼은 이춘원 교장과 그 제자들 이야기처럼 따뜻하고 감동을 주는 기사거리만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김민정기자 fac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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