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옥 혐의’ 무르시 전 이집트 대통령에 사형 선고
탈옥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무함마드 무르시 전 이집트 대통령에게 16일(현지시간) 사형이 선고됐다. 무르시 지지기반인 무슬림형제단은 이번 선고에 강력히 반발하며 국제사회의 개입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집트 법원은 2011년 초 ‘아랍의 봄’ 민주화 시위로 혼란한 틈을 타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도움을 받아 교도소를 탈옥하고 경찰을 공격한 혐의로 기소된 무르시 전 대통령에게 이날 사형을 내렸다고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앞서 이집트 형사법원은 지난달 21일 1심에서 2012년 12월 벌어진 반정부 시위의 참가자들을 불법 체포·고문한 혐의로 무르시에게 징역 20년을 내렸다.
법정 한쪽에 마련된 철창 안에서 사형 선고를 들은 무르시는 주먹을 들어 올리며 불만을 표출했다.
무르시는 이번 1심 판결에 항소할 수 있다. 이집트 법원은 이와 함께 무르시의 정치적 기반인 무슬림형제단 지도자 카이라트 엘샤테르 등 105명에게도 사형을 선고했다.
이집트 법원은 이번 사형 판결을 종교 최고지도자(무프티)에게 보내 최종 결정을 받게 된다. 최종 결정은 다음 달 2일 내려진다.
이번 선고 직후 무슬림형제단과 무르시 지지자들은 강력히 반발했다. 터키 이스탄불에 머무는 무슬림형제단 간부 아므르 다라그는 “이번 선고는 정치적 판결”이라며 “국제사회가 이번 선고를 제지해야 한다”고 로이터통신에 말했다.
이날 재판이 열린 카이로 외곽 경찰학교 주변에서는 무르시 지지자들이 모여 “군사 정권 퇴진” 등을 외쳤다. 이집트 검찰에 따르면 2011년 초 이집트 전역에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을 때 무르시는 무슬림형제단 간부 30여 명을 포함해 재소자 1만1,000명과 함께 교도소를 탈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무슬림형제단과 팔레스타인의 하마스, 레바논의 헤즈볼라가 이슬람주의 재소자들을 탈옥시키려 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무르시는 재판 도중 ‘지역 주민이 교도소 문을 열어줬다’며 무슬림 형제단과 하마스, 헤즈볼라 등의 개입을 부인해 왔다.
무르시는 이집트 첫 자유경선으로 치러진 2012년 6월 대선에서 승리해 대통령에 당선됐지만 1년 만인 2013년 7월 압델 파타 엘시시 현 대통령의 군부 쿠데타로 실각했다.
박소영기자 sosyo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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