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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구+구위, 우리가 알던 노경은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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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구+구위, 우리가 알던 노경은이 돌아왔다

입력
2015.05.17 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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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좀 걸리겠죠. 기다려줘야 합니다."

지난달 28일이었다. 노경은이 턱 부상을 완전히 털고 1군 엔트리에 합류했다. 선수단은 '토종 에이스'의 귀환을 반겼다. 노경은도 "잠실에 오길 간절히 기다렸다. 생각보다 일찍 합류해 기분 좋다"고 웃었다.

하지만 시간이 필요했다. 엔트리에 등록되자마자 치른 잠실 kt전(4월28일)에서 1이닝 2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했지만, 이후부터 불안했다. 1일 대구 삼성전 0이닝 1피안타 1볼넷 2실점, 5일 잠실 LG전 ⅓이닝 2피안타 1실점(비자책), 8일 잠실 한화전에서도 ⅔이닝 2피안타 1실점을 했다. 제구도, 구위도 썩 만족스럽지 않았다.

그래서 너무 일찍 올렸다는 비판이 자연스럽게 나왔다. 100%의 공은 아니라는 게 구단 안팎에서 나온 평가였다. 하지만 두산 포수 양의지의 말은 달랐다. 충분히 예상했던 모습, 기다려주면 된다는 것이다. 어차피 시즌 내내 주축 투수로 써야 할 선배이기에 본인이 준비가 됐다면 1군에서 맞으면서 경기 감각을 끌어올리는 편이 낫다는 의견을 보였다.

17일 광주에서 열린 두산과 KIA의 경기. 우리가 알던 노경은이 돌아왔다. 5-5로 맞선 7회말 1사 2ㆍ3루에서 등판한 그는 나지완을 바깥쪽 커브로 헛스윙 삼진, 4회말 투런포를 터뜨린 이범호를 바깥쪽 슬라이더로 루킹 삼진 처리했다. 이후 8회 무실점, 9회에는 선두 타자 김원섭에게 우전 안타를 맞았지만, 대타 김다원을 유격수 앞 병살타로 막고 자신의 임무를 마쳤다. 이날 성적은 2⅓이닝 1피안타 1볼넷 3탈삼진 무실점. 9회말 남은 아웃 카운트 1개는 후배 윤명준이 공 2개로 책임지며 세이브를 올렸다.

노경은은 이로써 지난해 7월1일 광주 KIA전(선발 6이닝 3실점) 이후 319일 만에 감격적인 승리를 따냈다. 구원승로만 따지면 무려 1,112일 만이었다. 기본적으로 직구가 위력적이었던 그는 바깥쪽으로 형성된 142㎞짜리 슬라이더의 제구도 기가 막혔다. "무조건 기다리면 된다"던 양의지도 경기 후 "슬라이더 제구도 좋았지만 볼 끝이 달라졌다"고 사람 좋은 웃음을 지었다.

투수 본인도 모처럼 만족한 하루였다. "확실히 감이 왔다"는 게 그의 말이다. 노경은은 "지난주 쉐도우 피칭을 하면서부터 '아, 이제 됐구나' 싶었다. 1군에 올라왔을 당시 전력으로 던지기는 하면서도 원하는 곳으로 공이 들어가지 않았는데, 이제는 100% 던지면서도 포수가 원하는 쪽으로 공이 들어간다"고 말했다. 이어 "직구가 살아나면서 슬라이더도 좋은 느낌으로 뿌리고 있다. 지난해부터 좋지 않을 때 기다려주신 코칭스태프에 보답하고 싶었는데, 조금은 그런 모습을 보인 것 같아 기쁘다"고 덧붙였다.

누구보다 노경은의 호투를 바랐던 김태형 두산 감독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김 감독은 "노경은이 살아난 것 같아 앞으로 투수운용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했다. 김 감독은 사실 타선이 9회초 2점을 뽑고 맞이한 9회말 마무리 윤명준을 바로 올릴 수 있었지만, "구위가 좋으니 계속 가자"고 노경은을 밀어 붙였다. 여기에는 "이날 투구로 노경은이 더 큰 자신감을 갖게 됐으면" 하는 속내가 작용했다.

그리고 노경은이 사령탑의 믿음에 부응했다. 또 자신감도 얻었다. 지난해 마운드에서 자기 공을 믿지 못해 타자에 끌려 다니기 바빴던 노경은. 그에게 9회말 무사 1루에서 무슨 생각을 했는지 물었다. "병살이다. 무조건 병살로 잡겠다는 생각만 하고 있었다." 감 찾은 노경은이 타자와의 진짜 싸움을 시작했다. 100경기 넘게 남은 긴 시즌, 앞으로 맞을 수도 있고 선발의 승리도 날려 버릴 수 있지만, 노경은의 입에서 "이제 됐다"는 자신 있는 목소리를 들은 건 참 오랜만이었다.

함태수 기자 hts7@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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