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 유럽 출장 계획 첫 공식 발표
B2B2C 등 새 경영전략 본격화도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1년간 병상에 있는 동안 삼성에선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경영 방침의 변화와 적극적 인수 합병(M&A)을 통해 그룹의 체질 개선을 위한 작업이 끊임없이 시도됐다. 이면에는 숨가쁘게 움직이면서도 전면에 나서지 않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있었다.
삼성이 ‘이재용 체제’를 전면에 내세우는 움직임은 이 회장 와병 1년째를 맞은 지난 10일 전후로 감지되기 시작했다. 지난 12일 유럽 출장길에 오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현재 이탈리아에 머무르고 있다. 현지에서 피아트-크라이슬러그룹의 지주사인 엑소르 이사회에 참석한 뒤 폴란드로 날아가 삼성전자 가전공장 등을 방문할 계획이다. 삼성은 출국 당일 이례적으로 보도자료를 내고 이 부회장의 출장 계획을 공식적으로 알렸다. 삼성에서 오너 일정을 보도자료로 알린 것은 사실상 처음이다. 재계에서는 이를 두고 삼성이 이 부회장의 총수 이미지 만들기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이란 해석을 내놓았다.
변화는 그룹 내부에서도 관찰된다. 이르면 다음달부터 휴대폰, 가전 등 제품을 판매하는 삼성 주요 계열사 CEO들은 미국, 중국, 유럽 등 현지 법인에 파견해 1주일씩 근무한다. 이는 해외 시장에 무게 중심을 두고 있는 이 부회장의 경영 방침을 실행에 옮긴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삼성은 올 들어 ‘B2B2C’를 새 경영 전략으로 제시(본보 3월5일자 17면 보도)했다. B2B2C는 기업과 기업 간 거래(B2B)를 소비자 판매(B2C)로 연결하는 것이다. 삼성은 19일부터 4부작 사내 방송을 통해 전 계열사 직원들에게 B2B2C의 중요성을 알릴 계획이다. 이를 위해 삼성은 미국 상업용 디스플레이 업체 예스코 일렉트로닉스와 모바일 결제 업체 루프페이 등 B2B 기업을 M&A 하면서 B2B2C 시대를 준비해 왔다.
여기에 이 부회장은 2월 미국에서 비씨, 마스터카드 대표들과 회동했고 3월에 중국 대표 금융업체인 시틱그룹의 창쩐밍(常振明) 대표를 만나 금융사업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재계 관계자는 “금융 분야를 강화해 삼성전자 의존도가 높은 그룹 체질에 변화를 주기 위한 것”이라며 “아버지의 삼성을 그대로 이어받기보다 새 수익원을 찾아 그룹을 키우겠다는 의도”라고 풀이했다.
이서희기자 s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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