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간 예산 4조4,000억 투입하면
수업료 등 면제로 가계 소득 늘고
경기 살아나 11조 경제 효과 기대
소외계층 학생들 학업 포기도 막아
"복지 확대를 사회적 투자로 다뤄야"
입학금, 수업료, 학교운영지원비, 교과서비를 면제해주는 고교 무상교육에 4년간 4조4,000억원을 투자하면 경기가 활성화돼 지출의 3배에 달하는 경제적 효과와 60만명의 고용 창출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연구 보고서가 나왔다. 고교 무상교육은 박근혜 정부의 핵심 교육 공약이었지만 재정난을 이유로 올해까지 예산 배정을 한 푼도 하지 않아 임기 내 시행이 불투명한 상태다.
15일 정동욱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가 교육행정학회에 제출한 ‘고교 무상교육의 경제적 효과 추정’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의 무상교육 시행에 따른 경제적 파급효과는 11조8,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당초 정부는 2014년 도서ㆍ벽지 지역을 시작으로 2015년 읍ㆍ면 지역, 2016년 시 지역, 2017년 특별시 등 전국으로 고교 무상교육을 확대 시행할 예정이었다.
정동욱 교수는 우선 무상교육 시행으로 인한 가계의 소득 증가가 가계의 저축(지출) 증가, 기업의 투자 확대로 이어지며 8조5,000억원의 생산 유발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경기 활성화는 기업의 임대료, 보험료, 광고비 증가로 이어져 3조3,000억원의 부가가치가 발생하고, 이에 따른 취업 유발 효과도 61만4,553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한국은행이 소비 증가에 따른 경제적 파급 효과를 추정하는데 사용하는 산업연관분석을 바탕으로 이뤄졌다.
정 교수는 무상교육이 시행되면 빈곤 등 경제적 이유로 학생들이 학교를 그만두는 것을 막아, 취약계층의 교육권을 보호하고 개인과 사회의 생산성을 증가시킨다고 주장했다. 때문에 무상교육 확대는 단순한 복지의 차원을 넘어 국가 발전의 원동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무상교육에 대한 논의가 정치적 이해관계가 아니라 실증적 근거를 중심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연구가 이미 공공ㆍ민간으로부터 학비 보조를 받는 학생 숫자는 반영하지 못해, 경제적 효과가 과다 산정될 가능성이 있는 점은 한계라고 밝혔다.
정부의 관련 예산 편성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교육부는 2013년 기획재정부로부터 예산을 한 푼도 지원 받지 못했고, 지난해에도 2,420억원을 요구했지만 경기 부진 등을 이유로 반영되지 못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교육 공약 중 하나인 누리과정도 예산 부담을 시도교육청에 떠 넘긴데다가, 당초 초등 3,4학년까지 확대하겠다던 초등돌봄교실도 예산 문제 때문에 1,2학년 대상으로 축소된 점을 감안하면 고교 무상교육은 내년에도 시행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남은경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회정책팀장은 “지난 13일 정부가 발표한 ‘국가재정전략회의’의 주요 내용은 복지 지출을 효율화ㆍ슬림화 하는 것으로, 세입 확충 방안은 빠져 있다”며 “무상교육을 위해서는 이명박 정부 때 줄어든 법인세를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기재부 관계자는 “교육부에 6월5일까지 고교 무상교육과 관련한 예산안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며 “무상교육이 이번 정부의 핵심 공약인 만큼 시행될 수 있도록 방안을 찾겠다”고 밝혔다.
정지용기자 cdragon2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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