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음악이 시장을 장악한지 오래, 록밴드 부활은 여전히 살아있다. 30년 이상을 버텨온 록밴드로는 유일무이하다. 위태로운 순간들이 많았다. 리더 김태원 등이 대마초 사건에 휘말렸고 앨범 실패로 그룹이 존폐 위기에 놓이기도 했다. 무려 10명의 보컬이 부활을 거쳐갔다.
'부활'이라는 이름의 기운 덕분이 아니다. 긴 시간 명맥을 유지해올 수 있었던 데는 단연 명곡의 힘이 컸다. 그동안 부활이 어떤 위기와 성공을 맛봤는지, 백절불굴의 역사를 되돌아봤다.
1. 전신은 디엔드, '부활'이 되다
시작은 헤비메탈이었다. 1980년대 록 음악이 두각을 드러낸 시기였다. 언더그라운드에서 유명세를 타던 기타리스트 김태원, 이태윤은 그룹 '검은진주'의 김종서를 보컬로 맞아 밴드를 창시했다. 김종서와 헤어지고 이승철을 맞은 후 '부활'이라는 이름으로 첫 음반을 발매했다.
다른 멤버들은 이승철이 밴드의 이미지와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지만, 김태원의 생각은 달랐다. 당시 이승철의 비브라토 기교에 반한 그는 이승철의 영입을 적극 추진했다. 1986년 부활은 '희야' '비와 당신의 이야기' 등 감성적인 발라드를 발표해 30만장 이상의 판매고를 올렸다. 이후에도 서정적인 음악을 추구하며 시나위, 백두산과는 다른 길을 걷게 된다.
2. 짧은 성공 뒤 나락으로…'대마초 사건'
성공의 단맛은 짧았다. 1987년 김태원, 이승철이 대마초에 손을 대면서 평판이 바닥을 쳤다. 이승철은 그룹을 나와 솔로 활동을 시작했다. 해체 위기를 맞은 부활은 1993년 김재기를 영입할 때까지 별다른 활동을 하지 않았다.
김태원은 최근 한 방송에서 대마초 사건에 대해 회상했다. 그는 보컬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 때문에 약에 손을 댔다고 털어놨다. 이어 "아버지는 아들을 차마 정신병원에 가둘 수 없어 서재에 가뒀다"며 "그 곳에서 나에 대한 애정이 담긴 아버지의 일기장을 보고 새 삶을 살 수 있게 됐다"고 재기의 계기를 밝혔다.
3. "아, 재기가 바람으로 떠났다"
부활의 3집 앨범에 참여한 김재기의 경우 단 한번 부른 데모곡 '사랑할수록'을 음반에 실었다. 연습 삼아 부른 곡을 그대로 발표한 데는 이유가 있었다. 김재기가 스케줄을 위해 이동하던 중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던 것. 이런 사연은 2014년 드라마 ‘응답하라 1994’에서도 소개돼 새삼 화제가 되기도 했다.
3집 앨범은 100만장이 팔리며 '슬픈 성공'을 거두게 된다. 김재기가 사망한 후 김태원은 자신의 노트에 '아, 재기가 바람으로 떠났다'는 문구를 남기며 애도했다.
김재기는 김태원이 "부활의 역대 보컬 중 최고였다"고 할 정도로 특출난 가수로 회자된다. 김재기가 짧은 활동을 마친 후에는 그의 동생 김재희가 바통을 이어받았다.
4. 이승철 복귀…부활의 '네버 엔딩 스토리'
1997년 보컬 박완규와 함께한 5집 '론리 나이트'(Lonely Night) 이후 부활은 다시 침체기를 겪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이승철이 재결합을 제의하면서 2002년 15주년 기념곡인 '네버 엔딩 스토리'(Never Ending Story)가 발표된다. 해당 곡은 각종 음악 방송에서 1위를 차지했고 김태원은 KBS 가요대상 작사·작곡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네버 엔딩 스토리'는 지금까지도 부활의 가장 대표적인 히트곡으로 남아있다.
5. '젊은 피' 정동하· 김동명의 투입
이후에도 김기연, 이성욱, 정단 등 멤버 교체가 여러 번 이뤄졌다. 지난 2005년에는 정단의 후발 주자로 25살의 정동하를 투입하면서 분위기를 쇄신했다. 정동하는 꽃미남 외모로 기존 멤버들 사이에서 이질감을 불러오기도 했으나 점차 팀의 음악 색채와 조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젊은 보컬의 투입으로 부활은 옛날 가수가 아닌 현역 밴드의 이미지를 구축하게 된다. 정동하는 역대 보컬 중 가장 오랜 기간 그룹 활동을 함께 했다.
2013년 정동하가 탈퇴한 후 지난해 8월 부활은 후발 주자로 김동명을 맞았다. 평범한 회사원이던 김동명은 10년간 언더그라운드에서 활동하다가 공연 영상을 본 김태원의 눈에 들어 발탁됐다. 16일 열리는 부활의 30주년 콘서트에서 김재희, 이성욱, 박완규 등 역대 보컬과 함께 무대를 꾸밀 예정이다. 김동명은 "저명한 선배들과 무대를 꾸민다는 것에 대해 부담이 크다. 하지만 현 보컬의 책임의식을 가지고 노력 중"이라고 포부를 다졌다.
30년을 돌아보는 시간이 끝나면 부활은 다시 앞으로 나가야 한다. 새까맣게 어린 후배들과 나란히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 물론 어떤 곡을 발표하든 인스턴트 음악보다 진국일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김동명은 "멤버들의 열정이 신인 못지않다. 오는 9~10월 중 14집 정규앨범을 발표할 계획인데, 10~20대 리스너들을 만족시키지 못할 것이란 생각은 들지 않는다. 충분히 음악으로 통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소라기자 wtnsora2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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