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켜보면, 머룬 파이브(Maroon 5)의 'Moves Like Jagger'는 가히 제이슨 므라즈(Jason Mraz)의 'I'm Yours'에 이은 가 요화된 팝송이라고 부를 만했다. 솔직히 3집 [Hands All Over]의 부진을 보며 "이제 얘들도 거의 끝물이구나" 싶었는데, 'Moves Like Jagger'를 통해 기막힌 반전을 일궈내며 다시 정상에 올라섰다. 이후 ‘Payphone’, ‘Maps’, ‘Animals’, 그리고 최근의 ‘Sugar’까지, 이건 뭐 싱글로 발표했는데 히트를 안 하는 게 더 이상할 정도다. 확실히 그들은 호불호를 떠나 ‘현시대 밴드 음악의 어떤 정점’이다. 오죽하면 “밴드로 성공하려면 머룬 파이브처럼 해라”, 라는 말까지 생겨났겠나.
머룬 파이브는 아마도 한국에서 제이슨 므라즈, 데미언 라이스(Damien Rice) 등과 함께 서울 이외의 지역에서 내한공연을 가져도 티켓 파워를 뽐낼 수 있는 몇 안 되는 해외 아티스트일 것이다. 특히 여성 팬들에게 압도적인 지지를 획득하고 있는 이 밴드는 '여러 장르를 합종연횡하면서도 각 장르의 개성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 방법론을 통해 거대한 인기몰이에 성공했다. 뭐랄까. 록 사운드에 대한 '전면적 클린 세탁'이라고 할까. 자연스레 듣는 이들은 록, 팝, R&B, 펑크 등, 다채로운 스타일이 녹아 있음에도 이에 대한 특별한 인식 없이 청취 만족감을 누리게 된다.
예를 한번 들어볼까. ‘Sugar’처럼 그들의 음악에는 록 포맷을 유지하면서도 팝 음악 뺨칠 정도로 친근한 멜로디가 여전한 만듦새로 넘실거린다. 그들은 ‘Moves Like Jagger’처럼 만약 펑크(funk)를 하더라도 이 분야의 원조라 할 제임스 브라운(James Brown)이나 팔러먼트(Parliament)처럼 하지 않는다. 가히 '익숙한 것들에 대한 호의'를 이렇듯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것 자체가 용기라고 느껴질 수준이다. 이를 위해 그들은 프로듀서 진영도 갈수록 팝적인 성향이 강한 인물로 교체해왔다. '록 밴드 편성으로 팝 터치가 살아있는 음악 하기'라는, 본연의 목표점에 한층 더 다가서기 위해서다.
그 핵심적인 비결은 다름 아닌 '멜로디 생산력'이다. 메인스트림 록 밴드로만 한정하자면, 듣는 사람의 입장에서 잘 들리는 선율을 창조하는 능력은 머룬 파이브가 당대 1, 2위를 다툴 것이다. 지극히 대중적인 선법을 지향하는 그들의 선율 감각은 확실히 빼어난 수준이다. 여기에 최근 젊은이들이 열광하는 차진 ‘리듬 머신’의 기능마저도 충실히 수행하고 있으니, 그들의 인기는 어쩌면 예견된 것이었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부담스럽지 않은 리듬과 ‘Sugar’라는 제목처럼 달콤한 멜로디를 날개 삼아 그들은 현재 밴드 역사상 최전성기 누리고 있다.
그래서일까. 이른바 음악 전문 매체들에서는 그들의 음악적인 결과물들을 타매하기에 바쁘다. '관점의 차이'일뿐이라고 결론 지어버리면 간편하겠지만, 거의 습관처럼 보이는, 그 쪽 바닥의 '리얼부(富)를 축적한 뮤지션이나 밴드'에 대한 예외 없는 홀대가 못내 맘에 걸린다. 나 역시 그들의 음악이 종종 불편할 때가 있다. 특히 1집과 2집 이후 갈수록 ‘노골적’이 되어가는 멜로디를 들어보면 “얘들이 돈 맛 단단히 들었구나.” 싶은 게 몇몇 곡들에 대한 나의 솔직한 독후감이다. 그럼에도 그들의 성취를 무시할 수는 없는 것이니, 음악평론가로서 요즘 나의 가장 큰 고민 중에 하나가 바로 이것이다. 어디에도 쏠리지 않는, 나만의 균형 감각이 절실하다.
작가 겸 칼럼니스트.
● 더 들어보기: '머룬파이브'에 빠져보고 싶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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