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15 끝으로 내년 폐지
2002년 첫 우승 켈리 클락슨
빌보드 휩쓸고 앨범도 대박
심사석의 코카콜라 잔은 '감초'
폐지는 결국 경제적 이유
'더 보이스' 등 후발주자 선전에
시청률 떨어지고 광고주 떠나
200억원대 심사위원비도 부담
미국 오디션 프로그램의 대명사이자, 신인 가수 등용문 역할을 톡톡히 했던 ‘아메리칸 아이돌’이 내년 봄 15번째 시즌을 끝으로 폐지된다. 이 프로그램은 시청률 최하위로 고전하던 폭스에 시청률 1위라는 최고의 선물을 선사한 것으로 유명하다.
2002년 영국의 TV쇼 ‘팝 아이돌’을 벤치마킹한 이 프로그램은 첫 시즌 우승자 켈리 클락슨을 필두로 아메리칸 뮤직어워드와 그래미 상을 휩쓴 시즌4 챔피언 케리 언더우드 등 걸출한 스타들을 배출했다. 또 촬영장 안팎에서 숱한 화제를 뿌리기도 했다.
◆어떤 스타들이 떴나, 화제의 사건은
켈리클락슨
2002년 첫 시즌 우승을 차지한 켈리 클락슨은 이듬해인 2003년 데뷔앨범 ‘Thankful’을 발표, 300만장 이상을 판매하며 빌보드 차트 1위에 오르는 등 상업적 성공을 거뒀다. 2집 앨범(Breakaway)도 발매 첫 주 25만장 등 총 1,100만장이 팔리며 그래미상 2관왕 등 여러 시상식에서 상을 휩쓸었다. ‘A Moment like this’ ‘Because of you’ 등은 국내 오디션 프로그램에서도 단골로 불려져 우리 귀에 익숙하다. 사이먼 코웰, 폴라 압둘, 랜디 잭슨 등 심사위원단이 뽑은 ‘아메리칸 아이돌 출신 가수 중 최고의 가수’로 꼽히기도 했다.
사이먼 코웰 심사위원인 사이먼 코웰은 프로그램 속 독설로 인기를 얻었지만, 초창기에는 그의 언행에 대해 비판이 적지 않았다. 그는 시즌 1에서 참가자 저스틴 과리니에게 혹독한 비판을 했고, 이에 흥분한 과리니는 “관객들도 정말 당신처럼 생각하는지 묻고 싶다”고 되받아 쳐 화제가 되기도 했다.
코레이 클락 시즌 2에 참가했던 그는 동생을 폭행한 혐의로 체포돼 도중 하차해야 했다. 특히 심사위원이었던 왕년의 팝스타 폴라 압둘과의 열애설을 뿌리기도 했다.
데이비드 헤르난데스
경선 진행 중에 그가 게이임이 밝혀져 논란이 일었다. 시청자들은 가족 친화적 프로그램을 표방했던 아메리카 아이돌이 헤르난데스를 중도 하차시킬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제작진은 시청자의 판단에 맡기기로 하고 그를 잔류시켰다. 이후 “아메리칸 아이돌이 성적 다양성을 인정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또 시즌 8이 낳은 스타 아담 램버트는 출연 당시 동성애자임을 밝히고 무대 위에서 남자 댄서와 격렬한 키스를 나누는 등 파격적인 퍼포먼스로 눈길을 끌었다.
산자야 말라카
시즌 6 참가 당시 17세 인도계 미소년으로 눈길을 끌었던 그는 “실력이 출중하지 않다”는 평가를 받았는데도, 톱10까지 남는 등 ‘예상 보다 오래 선전한’ 참가자로 꼽힌다. 언론들은 “이 프로그램에 반대하는 네티즌들이 ‘최악에 투표하기’라는 사이트를 개설, 일부러 말라카에게 투표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휴대폰 게이트
시즌 8 결승전에서 크리스 앨런이 모두의 예상을 깨고 아담 램버트에게 승리, 최종 우승자가 됐다. 이에 “특정 휴대폰 공급사가 크리스 앨런 팬들에게 특수 휴대폰을 나눠줬고, 이것이 결과에 반영됐다”는 음모설이 나돌기도 했다. 하지만, 실제로 이 특수 휴대폰을 이용해 대량 투표가 이뤄졌는지, 또 수천 만 표가 집계되는 상황에서 이 행위가 결과가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서는 검증되지 않았다.
코카콜라
우승자를 제외한 아메리칸 아이돌의 가장 큰 수혜자로 코카콜라가 꼽힌다. 방송 내내 심사위원들의 책상에는 코카콜라 로고가 새겨진 빨간 컵이 자리하고 있었다. 또 코카콜라 상징색인 빨간 색으로 꾸며진 ‘레드 룸’이라는 세트를 별도로 마련하기도 했다. 코카콜라는 이를 위해 시즌 3의 경우 1,000만달러(약 110억원)를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다.
◆프로그램 폐지, 왜?
CNN머니 등 외신들은 프로그램 폐지의 가장 큰 이유로 시청률 급감 등 경제적 문제를 꼽았다. 시즌 13의 경우 주간 시청자(생방송 및 일주일간 재방송 시청자) 수가 1,030만명으로 예년의 절반으로 급감했다. 시즌 14는 910만명 선에 머물고 있다. 2006년 시즌5의 주간 시청자가 3,100만명을 넘어섰던 것과 비교하면 바닥까지 떨어진 것이다. 여기에 후발 주자인 ‘더 보이스’ ‘아메리카 갓 탤런트’가 인기를 얻으면서 시청률을 분산시켰고, 결국 대형 광고주들이 잇따라 떠났다.
아메리칸 아이돌의 광고 수입은 2008년 4,200만달러(약9,249억원)이던 것이 지난해 4억2,800만달러(약4,700억원)로 급락했다. 반면 투어비용과 심사위원비는 상상을 초월한다. 가수 제니퍼 로페즈와 머라이어캐리 등 대형 스타들은 매년 1,800만달러(약197억원) 안팎의 심사위원비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작비는 공개되지 않고 있다. 제작진 관계자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은 흔히 제작비가 저렴할 것이라고 생각되지만 이 프로그램은 예외”라며 “최대 광고주가 떠나면서 사정에 돌변했다”고 털어놨다.
강주형기자 cub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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