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못 자는 새벽, 웬 여인의 울음소리가 들린 적 있다. 처음엔 긴가민가 낮은 음조로 먼데서 들리기에 환청인가 싶었다. 공연히 심란해져 넋 놓고 있다가 마음이 가공해낸 소리라 여긴 것이다. 그랬더니, 느닷없이 서글퍼졌다. 이유도 근거도 없었다. 그저 슬퍼지기 위해 슬프고, 오래 눈물 흘리지 못해 공허해진 심사가 불러낸 환영 같은 게 어른거리는 듯도 했다. 그렇게 진짜인지 가짜인지 모를 소리에 골몰하게 되었다. 그럴수록 소리는 더 크고 분명해졌다. 울음의 임자가 눈에 선하게 떠오를 정도였다. 서른 초 중반 즈음의 독신녀. 실연했거나, 누구에게 털어놓지 못할 사연이 있어 아무에게도 보일 수 없는 눈물을 잠 못 드는 밤 홀로 흘리는 거겠거니. 세상에서 오직 나만 그 소릴 듣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러면서 그 여인의 하루를 상상했다. 의외로 밝고 쾌활하고 현실 감각 월등한 커리어 우먼일지도 몰라. 일을 마치고 동료들과 한잔하며 특출한 재담으로 좌중을 휘어잡은 뒤, 귀가해선 혼자 벽 바라보며 저렇게 스스로 정화하는 건지도 몰라 등등. 그러곤 아침이 되고, 나는 여전히 불면. 공연히 집 앞에 나가 막 출근길에 나선 사람들 사이를 서성댔다. 그녀는 누굴까. 모든 여인이 그녀 같았고 아무도 그녀가 아니었다. 불현듯 해를 보고 울고 싶었다. 그런데, 해는 웃고 있는 듯했다. 삶에게, 세상에게 배반당한 기분이었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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