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논문서 스트레스 입증
은퇴 이후 은퇴자 본인보다 배우자의 건강이 더 나빠진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은퇴 후 밖에 나가지 않고 삼시 세끼를 꼬박 챙겨먹는 남편을 일컫는 ‘삼식이’ 스트레스가 배우자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실제로 입증된 것이다.
14일 한국고용정보원의 논문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에 선정된 나수영(서울대 아동가족학과 석사과정)씨의 ‘은퇴가 은퇴자 및 배우자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은퇴자 부부의 건강은 은퇴 이후 모두 나빠진 뒤 3년 후부터 회복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은퇴자보다 배우자의 건강이 상대적으로 더 나빠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퇴자가 자신의 건강상태에 대해 판단한 주관적 건강 점수는 은퇴 전 3.47에서 은퇴 후 2.41로 떨어졌다가 은퇴 3년 뒤 4.57, 5년 뒤 6.73으로 상승했다. 그러나 배우자의 주관적 건강상태 점수는 은퇴 전 3.93에서 은퇴 후 1.16으로 급격히 떨어졌다가 회복되고, 나중에는 은퇴자보다 더 높은 점수가 나타났다.
논문은 이 같은 원인으로 은퇴자는 시간적 여유 등 은퇴로 인한 긍정적 변화가 스트레스를 상쇄한 반면, 배우자는 가구소득 감소ㆍ은퇴자와 함께 보내는 시간의 증가 등으로 생활에 불편함을 느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은퇴 3,4년 시점부터 배우자가 은퇴자보다 건강을 더 급격하게 회복하는 이유에 대해 나씨는 “사회적 관계를 새로 꾸려야 하는 은퇴자와 달리 은퇴자의 배우자는 이미 지역사회 등에 가꿔놓은 인간관계가 있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중ㆍ고령자의 은퇴가 배우자 건강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건강관리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결과는 2006년부터 2년 단위로 2012년까지 네 차례 진행된 고용정보원의 고령화연구패널조사를 재분석해 진행했으며, 은퇴자 부부 91쌍과 미은퇴자 부부 273쌍을 대상으로 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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