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브라운아이드소울의 정엽(38)이 15일 세 번째 솔로 앨범을 발표한다. 2012년 ‘Part Ⅱ: 우리는 없다’에 이어 3년 만에 내놓는 ‘메리 고 라운드(Merry Go Round)’에는 타이틀곡으로 내세운 두 곡 ‘마이 밸런타인(My Valentine)’과 ‘아일랜드(Island)’, 브라운아이드소울 멤버들의 싱글 릴레이 프로젝트로 발표했던 ‘컴 위드 미 걸(Come With Me Girl)’, 일본의 보사노바 기타리스트 리사 오노와 함께 부른 ‘어 사우선드 마일스(A Thousand Miles)’ 등 10곡이 담겼다. 그는 “음악에 전념하고 싶어서” 3년 넘게 진행했던 MBC FM ‘푸른밤 정엽입니다’를 지난해 2월 그만뒀다. 3집 발매를 앞두고 14일 오후 서울 신수동 서강대학교 메리홀에서 쇼케이스를 연 정엽을 만났다.
-타이틀 곡으로 삼은 두 곡을 소개해달라.
“‘마이 밸런타인’은 설레는 기분을 주는 사람을 만나 사랑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쓴 곡이다. 연애를 쉰 지 조금 오래돼서 상상으로 썼다. 상상 연애도 나쁘진 않더라. 처음부터 팝 재즈로 콘셉트를 잡은 뒤 멜로디와 가사를 발랄한 느낌으로 썼다. ‘아일랜드’는 지난해 여름 친구들과 제주도에 여행 가서 쓴 곡이다. 제목 먼저 정해 놓고 썼다. 처음엔 날씨 좋고 햇살 좋은 제주도의 느낌을 담아 싱그럽게 쓰려고 했는데 자꾸 서글픈 멜로디가 떠올랐다. 예전에 사랑했던 사람과 제주도에 여행 왔던 것만 떠오르더라. 그래서 좀 우울한 느낌의 곡이 나왔다. 사랑했던 사람과 섬처럼 떨어져 있는 느낌, 건너갈 수 없는 섬이라는 존재에 대한 가사다. 피아노와 대화하는 듯한 이 곡에서 주인공은 피아노일지 모른다. 내가 노래를 부르면 피아노가 마치 내 상대처럼 내 노래를 듣고 있다가 나를 다독여주고 안아주는 느낌의 곡이다.”
-라디오 프로그램은 왜 그만둔 건가.
“라디오 DJ는 어렸을 때부터 꿈꾸던 일이었다. 3년 4개월 하면서 정말 좋았다. 하지만 자꾸 내 얘기가 소모되는 느낌이 들었다. 진짜 음악을 만들려면 아무것도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그만두기 6개월 전부터 했다. 그만둔 뒤 처음엔 매일 친구들과 술 마시며 나 자신을 놓고 지냈다. 여행도 많이 다녔다. 이번 앨범은 싱글이나 미니앨범이 아니라 10곡이 담긴 정규 앨범이다. 요즘 같은 때 정규 앨범을 내는 게 무리인가 싶기도 했지만 뮤지션으로서 자존심을 지키고 싶었다.”
-리사 오노와 함께 노래하게 된 계기는
“‘어 사우선드 마일스’는 보사노바 풍으로 만들고 싶었다. 리사 오노와 함께 부르면 정말 좋겠다는 상상만 했는데 어떻게 하다 연결이 돼서 같이 부르게 됐다. 아무리 조건이 좋아도 음악이 좋지 않으면 성사될 수 없는 일 아닌가. 처음엔 내 노래를 맘에 들어 할지 조마조마했다. 함께 목소리를 맞출 수 있어서 영광이었고 무척 즐거운 일이었다.”
-앨범 제목을 회전목마라는 뜻의 ‘메리 고 라운드’로 정한 이유는?
“같은 제목의 노래가 이번 앨범에 있다. 멜로디가 먼저 나온 곡인데 가사를 쓰면서 문득 떠오르는 게 회전목마였다. 내겐 회전목마가 가장 낭만적인 공간이다. 회전목마에 타고 있으면 바깥 세상은 빨리 돌아가지만 함께 탄 그 사람과 나는 멈춰 있지 않나. 회전목마는 내게 그런 존재다. 앨범 제목을 낭만적인 상징의 어떤 것으로 정하고 싶었다. 내겐 그게 회전목마였다.”
-밝은 노래를 부르고 싶었다고 했는데 특별한 계기가 있나.
“지금까지 너무 슬픈 노래를 불러와서인지 나더러 우울한 성격인 것 같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원래 밝고 평범한 성격이다. 사실 내 곡 중 너무 슬픈 노래들은 잘 안 됐다. 그래서 슬픈 노래는 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드라마 OST로 ‘왜 이제야 왔니’를 부르니 반응이 좋더라. 나는 대중 가수니까 대중과 공감하는 게 중요하다. 그래서 밝은 곡이 많이 들어가게 됐다.”
-차트 성적이 얼마나 나올까.
“요즘 같은 음악 시장에서 10곡을 내놓으면 사람들이 과연 한 곡이라도 제대로 들어볼까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걸 일일이 따지면 우리나라에서 음악을 하기 어렵다. 뭐랄까, 나 스스로에게 보내는 노래들인 것 같다. 앞으로 오래 음악 할 생각이니 이렇게 천천히 가는 것도 괜찮은 것 같다.”
-공연 계획은. 브라운아이드소울 활동 계획도 있나.
“(3집 발매 기념으로 21일부터 25일까지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K아트홀에서) 소극장 콘서트를 한다. 그건 밴드와의 오랜 약속이었다. 지금까진 수지타산이 맞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하기로 했다. 내가 어떤 생각을 갖고 이번 앨범에 담긴 곡들을 하나하나 만들었는지 공연에 온 분들에게 들려주면서 노래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결국 하게 돼서 기쁘고, 열심히 준비하도록 하겠다. 브라운아이드소울 앨범은 지금도 준비하고 있다. 나도 어떤 곡들이 나올지 궁금하고 설렌다. 연말쯤엔 브라운아이드소울 콘서트도 할 예정이다.”
-히트곡인 ‘나싱 베터(Nothing Better)’나 ‘유 아 마이 레이디(You Are My Lady)’만큼 좋은 노래를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감은 없었나.
“유일한 히트곡이 ‘나싱 베터’다. 어디를 가도 그 노래를 불러야 한다. 내 노래지만 부르기가 힘든 곡이다. 더 좋은 곡을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은 없다. 단지 나 혼자 작업한 노래들을 대중이 어떻게 느낄지 그게 궁금하다.”
-어떤 가수로 기억되고 싶나.
“나는 대중에게 특별히 각인된 바가 없는 가수다. 그냥 ‘저 친구는 한 켠에서 꾸준히 잘 하고 있구나’ 이렇게만 봐줘도 감사할 것 같다. 색깔 있는 가수로 기억되고 싶다.”
고경석기자 k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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