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만원씨 등 우익 세력 5·18 매도에
광주시 등 실제 인물 찾아 나서
한 달 만에 당시 시민군 9명 확인
"명예훼손·모욕죄… 고소하겠다"
“임○○이하고, 구○○이구먼.”
지난달 25일 광주 동구 금남로3가 옛 가톨릭회관 내 5ㆍ18민주화운동기록관. 안종철 광주시 인권옴부즈맨이 1980년 5월 당시 시민군으로 활동했던 5ㆍ18관련 단체 회원 2명에게 한 장의 사진을 보여주자 이들의 입에선 주저 없이 두 명의 이름이 튀어나왔다. 사진 속엔 방석모(防石帽)를 쓰고 복면을 한 채 카빈 소총을 든 시민군 2명이 군용지프 뒷좌석에 나란히 앉아 있었다. ‘이젠 됐어!’사진 속 주인공들의 연락처를 넘겨 받은 안 인권옴부즈맨은 쾌재를 불렀다. 5ㆍ18 당시 복면을 한 시민군을 북한군이라고 주장하는 일부 논객들에 대해 법적 대응을 할 단서를 확보했기 때문이다. 이들을 찾아 나선 지 한 달 만이었다.
광주시와 5ㆍ18 역사왜곡대책위원회가 5ㆍ18 당시 마스크를 쓰거나 수건으로 얼굴을 가린 채 활동한 시민들을 일부에서 북한군으로 매도하자 명예회복을 위한 법적 대응에 나섰다. 5ㆍ18 당시 공수부대의 집단 발포(5월 21일) 이후 얼굴노출을 막기 위해 시민들은 수건과 복면을 했지만, 보수논객 지만원씨 등이 이를 두고 ‘북한 특수군’으로 몰아붙이는 데 따른 것이다.
이에 광주시와 대책위는 지난 1월부터 반박할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복면 시민군’을 찾아 나섰고, 지금까지 임모(53)씨와 구모(52)씨를 포함해 모두 9명을 확인했다. 특히 두 사람은 지만원씨가 지난해 10월 발간한 ‘5ㆍ18분석 최종보고서’ 등 각종 매체에서 북한군이라고 주장하는 사진 속 인물의 당사자이기도 했다. 한 인터넷 블로그에선 임씨 등의 앉은 자세를 두고 “시민군으로 위장하고서도 북한군의 자세가 습관적으로 나온 것인가”라고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러나 임씨 등은 모두 80년 5월 당시 기동타격대원으로 활동한 것으로 확인됐다. 10대 후반과 20대 초반의 시민이 주축이 됐던 기동타격대는 당시 한 개조 당 5,6명씩 모두 7개조로 나눠 전남도청 사수와 도심 치안 유지 활동을 했다. 임씨는 “80년 당시 상무대 법정 군사재판 때 어머니가 방청했던 사진도 있는데 내가 북한군이냐”고 분개해 했다.
광주시는 임씨 등이 ‘복면 시민군’이었다는 행적을 뒷받침할 증거들을 꼼꼼히 챙기고 있다. 5ㆍ18 당시 촬영된 사진조차도 “북한과 공모해 조작한 것”이라는 주장에 꼬투리를 잡히지 않기 위해서다. 실제 광주시는 5ㆍ18 당시 전교사계엄보통군법회의 판결문에서 이들이 군용트럭(지프)을 타고 카빈소총으로 무장한 채 광주시내를 순찰하며 계엄군의 동태를 파악했다는 기록을 확인했다. 또 당시 경찰 수사 기록에서 이들이 복면을 한 채 활동을 했다는 사실도 찾아냈다.
광주시와 대책위는 명예훼손과 모욕죄 등에 대한 피해사실이 특정된 임씨 등 9명을 고소인으로 하는 고소장 작성이 끝나는 대로 5ㆍ18 관련 단체와 협의를 거쳐 지씨 등을 고소할 계획이다. 안종철 인권옴부즈맨은 “복면을 쓴 시민들이 직접 나서서 형사 고소ㆍ고발, 민사상 손해배상 소송까지 제기하는 등 5ㆍ18역사왜곡 시도에 강경하게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광주=안경호기자 k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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