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소환 15시간 조사 새벽 귀가
'성완종 3000만원' 의혹 부인
"진실 이기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檢, 보선 때 동선ㆍ회유의혹 추궁
"成 로비장부 존재 가능성 낮아"
정치권 수사 확대 가능성은 줄어
‘성완종 리스트’ 검찰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대전지검장)이 불법 정치자금 3,000만원 수수 의혹이 제기된 이완구(65) 전 국무총리를 14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리스트에 오른 정치인 8명 중 검찰 소환은 지난 8일 홍준표(61) 경남지사에 이어 두 번째로, 이 전 총리가 취임 직후 부패와의 전쟁을 선언한지 63일만이다. *관련기사 3면
이 전 총리는 이날 오전 10시쯤 서울 서초동 서울고검에 출석, 총 15시간의 강도 높은 조사를 마치고 다음날 새벽 1시쯤 귀가했다. 이 전 총리는 검찰조사에서 비교적 차분하면서도 단호한 태도로 조사에 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를 마치고 나온 이 전 총리는 취재진에게 “나름대로 내 입장을 (검찰에) 얘기했고, 필요한 자료를 검찰에 제출했다”며 “필요하다면 기자회견 등 내 입장을 얘기할 자리를 갖겠다”고 말했다.
이날 이 전 총리에 대한 조사는 홍 지사와 마찬가지로 청사 12층(1208호)에 마련된 특별조사실에서 이뤄졌다. 수사팀에 파견된 주영환 부장검사가 직접 피의자 신문을 맡았고, 부부장검사와 참여계장이 한 명씩 배석했다. 이 전 총리 측에선 김종필 변호사가 입회했다. 본격적인 조사에 앞서 문무일 팀장이 조사실을 방문, 10여분간 티타임을 갖고 간략한 조사 내용과 방식, 배경 등을 설명했다고 수사팀 관계자는 전했다. 이날 조사에서 주 부장검사는 ‘총리님’이라는 호칭을 사용해 문답을 주고받았으며, 피의자 신문조서에는 형사소송법에 따라 ‘피의자’로 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팀은 이 전 총리를 상대로 성완종(64ㆍ사망) 전 경남기업 회장한테서 3,000만원을 받은 날짜로 알려진 2013년 4월 4일의 동선을 집중적으로 질문했다. 당시 이 전 총리는 충남 부여ㆍ청양 보궐선거에 출마한 상태였는데, 성 전 회장 주변인사들은 “오후 4시쯤 부여선거사무소를 성 전 회장이 방문했고, 이 전 총리와 독대한 자리에서 3,000만원이 전달된 것으로 안다”고 진술해 왔다. 이 전 총리는 그러나 “독대 사실은 없던 것으로 기억하며, 금품을 받은 사실은 결단코 없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팀은 또, 현직 의원이기도 한 이 전 총리 측 김민수 비서관이 문제의 독대 장면을 봤다고 증언한 참고인들에게 회유성 전화를 하는 데 관여했는지도 캐물었다.
다만 이날 수사팀은 금품수수 여부가 사실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질문을 하기보다는 이 전 총리의 소명을 듣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을 할애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팀 관계자는 “본인의 말을 충분히 들어봐야 신빙성 여부나 관련 객관적 자료의 부합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홍 지사 조사 때처럼 검찰이 쥐고 있는 ‘패’를 노출시키지 않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수사팀은 조사결과를 검토한 뒤, 이르면 다음주쯤 홍 지사와 이 전 총리에 대한 사법처리 방향을 정할 계획이다. 수사팀 관계자는 이번 수사와 관련해 “우리한테는 ‘투 두 리스트’(To Do Listㆍ해야 할 일의 목록)가 있을 뿐, 언제까지 끝내야 된다는 것은 있을 수가 없다”며 “(리스트 8명의 의혹들을) 종합적으로 한꺼번에 보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금품로비 비밀장부의 존재 여부에 대해선 “시간이 지날수록 서류나 자료 뭉치 형태로 존재할 가능성은 떨어진다고 판단되는 게 사실”이라면서 “하지만 ‘없다’는 확신까지는 안 들어 계속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검찰이 처음으로 ‘성완종 리스트’이외 야당인사가 포함된 로비장부의 존재를 공개 부정함에 따라 향후 수사가 정치권 전반으로 확대될 가능성은 줄어 들었다.
이 전 총리는 이날 오전 검찰에 출석하며 취재진을 향해 “이번 일로 총리직을 사퇴했다.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대단히 죄송하고 송구하다”면서도 “이 세상에 진실을 이기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검찰에서 소상히 제 입장을 말씀 드리고 검찰의 이야기를 제가 듣고 해서 이 문제가 잘 풀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다소 비장한 표정을 지으며 재차 결백을 주장했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조원일기자 callme1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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