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증시 7주간 68억달러 순유출
자금 이탈 규모도 점차 확대 추세
채권시장도 18주 순유입 행진 제동
"독일·미국 채권 매도세는 예고편
美 금리 인상 땐 신흥국 긴축발작"
자산시장發 충격 경고 잇달아
글로벌 금융시장에 ‘버블 붕괴’ 공포가 고조되고 있다. 미국, 중국, 일본, 독일 등 주요국 증시에 유례없는 호황을 선사했던 주식 자금이 석 달째 선진국과 신흥국을 가리지 않고 이탈하는 가운데, 꾸준히 투자자금을 끌어들여온 채권시장마저 갑작스러운 금리 상승(채권가격 하락) 속에 자금 흐름이 급반전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겨우 돋아난 경기회복의 싹을 위협하는 시장 상황 앞에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을 비롯한 영향력 있는 금융계 인사들이 앞다퉈 자산 버블을 경고하고 나섰다.
14일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글로벌 주식자금은 지난 3월 중순을 기점으로 가파른 유출세를 이어가고 있다. 시장분석업체 EPFR의 주간 통계를 보면 세계 증시는 최근 7주 중 6주 동안 평균 68억달러(7조4,000억원) 규모의 순유출을 기록했다. 5월 첫주 순유출액(171억달러)이 전주의 10배 가까이 늘어나는 등 자금 이탈 규모 또한 확대되는 추세다.
7주 동안 글로벌 주식시장을 이탈한 자금(410억달러) 중 77%(315억달러) 가량은 선진국을 등진 자금이었다. 북미 지역 주식시장은 7주 내내 자금 이탈을 겪으며 모두 670억달러가 유출됐고, 안정된 유입세가 지속되던 서유럽 증시 역시 5월 들어 순유출로 전환됐다. 강영숙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북미 증시는 주가 고평가 우려, 서유럽은 영국 보수당의 총선 승리에 따른 브렉시트(영국의 유로존 탈퇴) 우려가 주된 자금 이탈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신흥국은 과열 논란 속에 자금 유출이 본격화될 조짐을 보이는 중국 증시를 중심으로 95억달러가 빠져나갔다.
글로벌 채권시장 역시 선진국 시장에서 이달 첫 주(4월30일~5월6일) 2억달러 가까운 자금이 빠져나가며 18주 동안 지속됐던 자금 순유입 행진에 제동이 걸렸다. 채권시장이 매도세로 돌아선 주요인은 지난달 중순 이래 지속되고 있는 독일 및 미국 국채가격 급락이다. 국제유가 반등에 따른 투자자금 이동, 유럽의 경기회복에 따른 양적완화 조기 종료 가능성 등으로 유발된 양국의 채권시장 변동은 한국, 일본 등의 국채금리를 끌어올리며 번지는 형국이다. 시장에선 “차입을 통해 채권을 사들인 투자자들은 작은 금리 인상에도 견디기 어려울 것”(보리스 쉴로스베르 BK애셋매니지먼트 이사)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등 채권 투매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유동성의 힘으로 떠받쳐온 주식ㆍ채권 시장의 이상 기류가 심화할 경우 통화완화 정책을 ‘전가의 보도’처럼 삼아온 세계 경제의 향방에 혼란이 가중될 전망이다. 특히 미국의 금리 인상, 유럽ㆍ일본의 양적완화라는 주요국의 상충된 정책 환경과 맞물려 글로벌 자산시장이 통제불능의 파국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주식과 채권이 고평가됐다”는 지난 7일 옐런 의장의 발언을 전후로 자산시장 발 충격을 경고하는 목소리는 높아지고 있다. 짐 리드 도이체방크 투자전략가는 13일(현지시간) 유럽 양적완화(채권 매입) 정책에 따른 채권 유동성 부족이 시장가격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며 “독일ㆍ미국 채권시장의 매도세는 앞으로 일어날 혼란의 예고편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앨런 그린스펀 전 연준 의장은 이날 강연에서 “연준이 기준금리를 올리면 2013년에 이어 또다시 ‘긴축 발작’을 겪게 될 것”이라며 신흥국 금융시장이 받을 타격을 우려했다.
한편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한국은 최근 투자자금 유입이 시작되는 등 위기가 발생해도 쉽게 흔들리지 않는 안전지대가 됐다”고 방어벽을 쳤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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