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디 총리 19일 방한 투자 요청
법인세 낮추고 사회기반시설 늘리고
노동법 등 규제완화로 외자 적극 유치
12억 인구도 경제발전 든든한 지원군
모디노믹스의 그림자
경제 드라이브에 인권·환경 후퇴
토지 수용법 개정으로 사회갈등
그린피스 인디아 은행 계좌 동결도
인도 경제가 무서운 기세로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5월 취임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경제정책‘모디노믹스’(Modinomics)를 추진한 지 1년 만이다. 머지 않아 ‘아시아의 코끼리’(인도)가 ‘용’(중국)을 앞지른다는 예측도 나온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인도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중국(6.8%)보다 높은 7.5%로 예상했다. 인도 경제성장률이 중국보다 높게 전망된 건 16년 만이다. 세계은행도 인도의 경제성장률이 올해 7.5%, 2017년에는 8%대로 고공행진을 이어간다고 내다봤다.
3월 인도를 방문한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는 “인도 경제가 전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며 “인도가 세계 경제의 핵심 동력이 될 여러 조건이 무르익었다, 전망이 밝다” 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모디노믹스를 설명하는 슬로건은 ‘메이크 인 인디아’(Make In India)로 대표된다. 한 마디로 인도를 중국을 대체할 세계 제조업 허브로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모디 총리는 지난해 8월 독립기념일 연설에서 “플라스틱이든 자동차든 위성이든 가공식품이든 인도에 와서 만들어 달라”며 외국자본에게 투자를 호소했다. 그는 이어 “인도에서 만든 제품이 전세계로 뻗어나가기를 꿈꾼다”며 “인도가 수입 의존도를 줄이고 수출국가로 변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목표 실현을 위해 인도 정부가 최근 발표한 2015 회계연도(2015년 4월~2016년 3월) 예산안은 법인세를 낮추고 사회기반시설 투자를 늘리는 방안을 골자로 하고 있다. 예산안에 따르면 인도는 법인세율을 현행 30%에서 앞으로 4년 내 25%로 낮춘다. 도로 철도 항만 등 사회기반시설 투자 예산을 전년보다 7,000억루피(약 12조4,500억원) 증액하고 전력난 해소를 위해 4,000㎿급 대형 발전소 5곳을 건설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또 대규모 개발 사업을 위한 토지수용 절차를 간소화하며 노동법 등 각종 규제도 완화한다는 방침이다. 부유세를 폐지하고 고소득층 일부에게만 2%의 추가 소득세를 매기는 내용도 포함됐다.
현재 중국을 방문중인 모디 총리는 19일 한국을 찾아 한국 기업들의 투자를 직접 요청할 계획이다. 인도 일간 이코노믹타임스는 13일 “모디 총리가 한국에서 구본준 LG전자 부회장, 신종균 삼성전자 정보기술ㆍ모바일(IM)부문 사장을 만나 반도체 생산 공장 설립 등을 논의한다”고 보도했다.
인구는 모디노믹스를 뒷받침하는 인도 경제의 또 다른 무기다. CNN머니에 따르면 인도 인구(12억5,000만명)의 절반은 25세 이하로, 매년 1,200만명이 새롭게 노동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2030년에는 중국을 제치고 세계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나라로 등극한다. 전문가들은 전체 인구에서 생산가능 인구 비율이 증가하면서 경제성장률이 높아지는 현상인 ‘인구배당효과’가 인도 경제에 적용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그러나 모디노믹스의 방향에 의문을 제기하는 견해도 있다. 설사 모디노믹스가 성공하더라도, 정부가 경제성장과 개발에만 집중하면서 인권과 환경문제를 홀대해 장기적으로 사회에 후유증을 남길 수 있다는 것이다.
가디언은 최근 “인도 정부가 노동법 관련 불필요한 규제를 대폭 완화하겠다고 밝힘으로써 가뜩이나 열악한 여성과 아동 같은 취약 노동자들의 권익은 더욱 줄어들었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이어 인도정부가 말하는 ‘불필요한 규제’란 ▦근로감독 폐지 ▦노동조합 활동 제한 ▦고용법 위반의 비범죄화 ▦성차별 처벌 요원 ▦아동노동 금지 유명무실화 등을 의미한다고 비판했다.
인도 시민단체들은 특히 “정부 주도의 경제정책은 임금과 근로조건을 더 낮추는 경쟁을 부를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또 노동경쟁력 강화라는 명목으로 인도 경제의 그림자인 아동노동, 아동착취가 심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인도 정부가 강하게 밀어 붙인 토지수용법 개정으로 인해 불거진 사회적 갈등은 현재진행형이다. 인도 정부는 지난해 말 대형 인프라 건설을 촉진하기 위해 토지를 수용할 때 종전과 달리 주민 동의와 사회영향평가를 받지 않아도 되는 행정명령을 발표하고 법제화를 위한 법안을 제출한 상태다. 하지만 이에 대해 야당은 “농민의 땅을 대기업에 주려고 한다”고 반대하고 있고, 올해 기상 이변으로 작황이 좋지 않은 농민들도 법안에 대한 반감이 큰 상황이다. 지난달에는 토지수용법 개정에 반대하는 시위 도중 한 농민이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모디 총리는 당시 자신의 트위터에 “국가적 슬픔”이라고 하면서도 “농민들은 어떠한 때에도 혼자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농민의 더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해 협력하고 있다”고 글을 올리면서도 개정안을 양보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인도 정부는 시민단체 활동을 감시, 억압한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최근 인도 정부가 환경단체인 ‘그린피스 인디아’의 은행 계좌를 동결한 사실을 보도하면서 “인도 정부가 그린피스 등 환경단체들의 활동을 세계 경제대국으로 발돋움하려는 인도의 목적 달성을 가로막는 장애물쯤으로 여기고 있다”고 꼬집었다.
송옥진기자 cli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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