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stening and Speaking
로마 황제 ‘씨저’의 발음은 누구나 틀린다. 누구나 맞는 발음을 한다고 볼 수도 있다. 생물학 역사학 인류학 교수들이 수업 시간에 하는 발음도 제각각이고 영어과 교수들의 발음조차 다르기 때문에 정답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로마시대에는 ‘율리어쓰 카이저’였고 북유럽에서는 ‘율리어쓰 쩨이써’였다. 이탈리아 교회의 고전 방식이나 Latin어 식 발음은 ‘율리어쓰 체이써’인데 자세히 보면 모음의 장단이 없다. 물론 오늘날의 영어식 발음은 ‘줄리어쓰 씨-저’인데 원조 발음과는 첫 소리부터 다르고 변한 것이 많다. 로마시대 Latin어도 Classical Latin과 vulgar Latin이 있는데 후자는 당시의 병사나 노예들이 사용했다. Caesar라는 철자는 원조 발음의 Kaiser를 로마 이외의 사람들이 차용하면서 철자와 발음이 바뀐 것이다. 영어권 이외의 유럽 발음은 거의 ‘율리어쓰’이고 ‘씨저’는 언어마다 제각각 발음을 다르게 때문에 상대에 따라 발음을 달리하면 된다. 로마 철학자 ‘Cicero’ 도 영미인 중에 ‘키케로’로 발음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영어식 발음 ‘씨써로’라고 발성하는 영어권과 독일인이 있다. 기타 남미나 여타 지역에서는 ‘키케로’ 발음이 거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좀더 친근한 예를 들어보자. 프랑스의 수도 ‘빠리(Paris)’의 발음을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빠리히’로 발성하는 사람은 프랑스어를 사용하는 사람뿐이다. 전 세계적으로 영어식 발음 ‘패리쓰’ ‘빠리쓰’가 표준이라는 것이 아니라 비영어권인 포르투갈 독일 스페인 터키 루마니아 덴마크 체코 스웨덴 노르웨이 등 거의 모든 언어권에서 ‘파리쓰’ ‘빠리쉬’ 등으로 영어와 매우 비슷하게 발음을 한다는 것이 중요하다. 소위 ‘원음’을 어떻게 발음하느냐는 것은 그 말의 기원과 발달 정립 과정도 중요하지만 오늘날 범용성을 갖는 발음이 어떤 것인지를 살피는 게 더 중요하다.
전문용어는 특정 영역에서 그들만의 언어처럼 쓰이기 때문에 되도록 전통을 따르는 게 좋다. 과학이나 기술 분야에서는 고전 외국어 발음을 할 때 북유럽 발성을 따르는 것이 안전하다는 게 정설이다. 그 이유는 Copernicus, Kepler, Linnaeus, 기타 과학 선구자들이 사용한 발음이 비공식 전통처럼 이어져 왔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북유럽 식 발음에 일관된 발성 규칙이 있는 것은 아니다. 현대인들이 이미 죽은 언어 Latin어를 다시 공부할 필요도 없지만 학자나 전문가를 상대로 speaking을 해야 한다면 원음을 살리고 북유럽 식으로 하는 것이 전통학자(Classicists)들에게 더 친근감 있게 들릴 것이다. 철학자 Plato의 발음은 북미 남미 지역은 물론 거의 전 세계에서 ‘플래또’ ‘플레이토우’로 하는데 우리만 ‘플라톤’으로 하고 있다. 외래어는 우리의 것이 아니지만 소통의 수단으로서의 발음 문제는 다양성보다는 추세와 대중성을 따르는 것이 더 유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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