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선 8강전 제3국
백 강동윤 9단 흑 이동훈 3단
장면 10 흑의 승리가 거의 굳어졌다. 백이 아무리 열심히 추격해도 반면 10집 정도의 차이를 좁히기 어려울 것 같다. 한데 마지막 순간에 뜻밖의 해프닝이 발생했다.
1부터 14를 거쳐 참고도 1부터 5까지 진행된 다음 강동윤이 6으로 단수 치자 이동훈이 7로 응수한 건 당연하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이동훈이 잠깐 뭔가를 착각했는지 위쪽 백 석 점(△)을 그냥 놔두고 아래쪽 두 점만 들어낸 것이다.
현행 바둑규칙에 따르면 대국 중 공배가 모두 메워져 따낼 수 있는 돌을 바둑판에서 들어내지 않으면 반칙이다. 따라서 이 상황에서 강동윤이 즉시 이의를 제기했다면 이동훈에게 반칙패가 선언될 수도 있었지만 강동윤은 잠시 멈칫 했다가 그냥 8을 두었다.
그러자 이동훈이 다시 9를 둔 다음에야 비로소 자신의 실수를 알아채고 얼른 백 석 점(△)을 들어냈고, 이를 본 강동윤이 바로 돌을 거뒀다. 아마도 강동윤은 진작부터 이동훈의 반칙 사실을 알았지만 사실상 자기가 이미 진 바둑이므로 촉망 받는 후배의 실수를 대범하게 눈감아 준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 바둑은 169수만에 흑의 불계승으로 끝났다. 이동훈이 명인전 첫 본선 진출에서 당당히 4강까지 올랐다.
박영철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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