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C 나성범(왼쪽)이 지난 13일 잠실 LG전에서 1회초 적시타를 치고 1루 코치의 축하를 받고 있다.
[한국스포츠경제 김주희] NC 나성범(26)은 최근 특타 삼매경에 빠졌다. 경기 전 타격 훈련 시간에도 계속해서 특타를 자청하고 있고, 홈 경기가 끝나면 또 다시 그라운드에 나와 열심히 방망이를 돌린다. 부진을 털어내기 위한 노력이다. 그는 "계속해서 특타를 하고, 또 하고 있다. 누가 이기나 한 번 해보려고 한다"며 이를 악물었다. 슬럼프에 지지 않겠다는 필사의 각오다.
올해로 프로 데뷔 4년차를 맞은 그는 시즌 초반부터 힘겨운 자신과의 싸움 중이다. 데뷔 직후부터 팀의 간판스타로 자리 잡았지만 올해 34경기에 나와 타율 0.266, 3홈런 22타점에 머무는 중이다. 개막 후 한 달이 지나도록 제 페이스를 찾지 못하면서 고민이 더 커지고 있다. 그는 "조급해하면 안 되는데 자꾸 생각이 많아진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다른 타자들의 모습을 부러운 마음으로 볼 정도다. 나성범은 "잘 치는 선수를 보면 부럽다. 치면 다 안타 같아서 신기하다. 나도 공은 잘 보이는데 이상하게 안 맞는다"며 고개를 저었다. 이어 "차분하게 하면 될 것 같은데 자꾸 안 맞으니까 급해진다. 급하니까 어떻게든 쳐야겠단 생각에 볼을 건드는 게 너무 많다.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최고의 시즌을 보낸 뒤 찾아온 슬럼프에 더욱 초조해졌다. 그는 지난해 타율 0.329, 30홈런 101타점을 올리며 눈부신 한 해를 보냈다. 그는 "개인적인 목표에 미치지 못하고 있어서 더 급한 것 같다"며 "작년처럼 3할-30홈런-100타점을 목표로 했다. 1년 반짝하는 선수라는 소리가 듣기 싫어서 스프링캠프 때부터 잘 만들어왔는데 생각처럼 안 된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가 스스로 진단한 부진의 이유는 '마음'에 있다. 나성범은 "타격폼이나 그런 건 별로 이상이 없는데 생각이 너무 부정적으로 된다. 단순하게 하려고 하는데 잘 안 되다 보니 더 복잡해진다"고 했다. 지난해를 계속해서 떠올리려는 것도 그 때문이다.
'지난해의 나성범'은 넘어서야 할 대상이다. 하지만 그만큼 가장 좋은 때이기도 했다. 나성범은 그는 "작년에도 분명 좋을 때와 나쁠 때가 있었다. 안 좋을 땐 연습을 정말 많이 해보기도 하고, 아예 안 해보기도 했다"며 "어떻게 해서라기 보다 자연스럽게 풀렸던 것 같은데 올해는 아직 그게 안 된다"고 돌아봤다. 지난해의 영상을 더 찾아보는 중이다. 나성범은 "작년에 잘 맞았을 때의 영상을 일부러 더 보고 있다. 그걸 연상시키면서 타석에 들어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한 가지 다행인 건 시즌 초반 어려움을 겪던 팀이 5월이 되며 살아났다는 점이다. 팀 선배 이호준과 외국인 타자 테임즈 등이 연일 맹타를 휘두르면서 조금이나마 마음의 짐을 덜었다. 나성범은 "워낙 우리 팀 형들이 잘 하고 있어서 그나마 조금 위안이 되고 있다. 형들이 잘 쳐서 나는 그 사이에 묻혀있다"며 멋쩍어했다.
시즌은 아직 100경기도 넘게 남아있다. 부진을 떨치고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는 시간은 아직 많이 남아있다. 고전을 거듭하고 있는 지금도 득점권에서는 타율 0.372로 무서운 타자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나성범은 "주변에서도 워낙 걱정을 많이 한다. 잘 이겨내겠다"고 다짐했다.
김주희 기자 juhee@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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