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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내가 해커니까 수십배로 불려줄게" 또래 등치다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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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내가 해커니까 수십배로 불려줄게" 또래 등치다 당했다

입력
2015.05.14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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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밖의 수익과 더 뜯어낸 돈

도박사이트 운영자가 가로채

평소 도박을 즐기던 유모(23ㆍ무직)씨는 배포가 컸다. 유씨는 수중에 돈이 떨어지자 도박자금을 충당하기 위해 가짜 해커 행세를 하며 물주를 물색했다. 그는 지난 6일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즐톡’에서 알게 된 회사원 최모(24ㆍ여)씨에게 “도박사이트 해킹으로 지난 2년 동안 170억원을 땄다”며 “30만원만 투자하면 수십배로 되돌려주겠다”고 호언장담했다.

밑도 끝도 없는 큰소리에 최씨가 미심쩍어 하자 유씨는 해킹업체에 의뢰해 최씨 전화번호를 해킹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즐톡에선 상대방 번호를 알 수 없는 터라 유씨가 휴대폰으로 연락을 해오자 최씨는 유씨를 믿기 시작했다. 곧 최씨는 유씨가 알려 준 불법 도박사이트에 가입해 계좌로 30만원을 입금했다. 유씨는 이 돈으로 도박을 즐기다 자금이 떨어지면 잠적할 작정이었다.

그런데 행운의 여신이 유씨를 향해 손짓했다. 하루 만에 30만원은 1,500만원으로 불어났다. 욕심이 생긴 유씨는 돈을 혼자 꿀꺽하려 도박사이트 운영자에게 계좌 변경을 신청했다. 사이트에는 가입자인 최씨 계좌가 등록돼 있었기 때문이다. 이상한 낌새를 눈치 챈 운영자 A씨가 범행에 가담하면서 판은 더 커졌다. A씨는 유씨에게 최씨를 부추겨 사이트에 돈을 더 넣게 한 뒤 그 돈을 나누자고 제안했다. 두 사람은 1,500만원을 현금화하려면 ‘돈세탁’할 자금이 필요하다며 최씨를 꼬드겼다. 최씨는 한몫을 단단히 챙길 수 있다는 생각에 다시 3차례에 걸쳐 도박사이트 계좌에 1,400만원을 추가 입금했다.

가짜 해커의 ‘일확천금’ 꿈은 금세 깨졌다. 애초 유씨에게도 돈을 줄 생각이 없었던 A씨가 잠적한 것. 초조해진 유씨는 피해자 최씨에게 푼돈이라도 뜯어낼 요량으로 “불법 도박을 한 사실을 부모에게 알리겠다”고 겁을 줬고, 뒤늦게 사기임을 눈치 챈 최씨는 피해 사실을 경찰에 신고했다.

서울 관악경찰서는 11일 유씨를 사기ㆍ공갈 등 혐의로 구속했다. 경찰 관계자는 “일부러 거액을 따게 한 뒤 이를 현금화 해주겠다며 돈세탁 비용을 입금하라는 식의 불법 도박 사기가 횡행하고 있다”며 “도박 사이트 운영자 A씨도 뒤쫓고 있다”고 말했다.

김민정기자 fac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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