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회동때 "협력" 강조 무색
연금개혁 불발 이후 네 탓 공방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 불발 이후 여야 원내수장 간의 불협화음도 점차 커지고 있다. 야당의 새 원내대표 선출 직후 대학 동창임을 언급하며 협력을 강조했던 여야 원내대표는 최근 들어 연일 ‘네 탓’을 하며 날을 세우고 있다.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는 13일 전날 본회의에서 소득세법 개정안 등 3개 법안만을 처리한 것을 두고 거친 공방을 벌였다. 이 원내대표는 “합의한 내용을 밥 먹듯 걷어차는 행태를 반복하면 합의를 할 수 없다”며 “전향적인 태도 변화가 있어야 민생입법과 공무원연금 개혁을 진행할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유 원내대표도 대변인단을 통해 “법사위를 통과한 60여개의 법안이 있는데도 야당 원내대표와 법사위원장이 발목을 잡는 건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고 맞받았다.
양측간 비난전의 출발은 외견상 본회의 안건 합의에 대한 해석 차이에서 기인했다. 이 원내대표 측은 명시적으로 합의한 법안이 3개 뿐이었는데 뒤늦게 딴소리를 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유 원내대표 측은 법사위에서 처리된 이견 없는 법안들의 본회의 처리는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그런데 이는 따지고 보면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 불발 이후 협상의 여지가 갈수록 줄어드는 데 따른 주도권 경쟁의 측면이 크다. 청와대의 대야 압박 때문에 협상력이 약화한 유 원내대표는 본회의 법안 처리를 기점으로 여권 내 입지를 넓히려 했지만 당분간은 이마저도 어려워졌다. 이 원내대표는 시끄러운 당내 상황을 감안해 일단은 강공 일변도로 나갈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여야가 지난해부터 이어온 원내대표 간 ‘핫라인’인 주례회동마저 잠정 중단될 위기다. 박영선 전 새정치연합 원내대표의 제안으로 시작됐던 주례회동은 정기적으로 원내대표가 만나 현안을 조율하자는 취지였고 세월호특별법 협상 등 실제 이를 통해 교착상태가 해소된 적도 꽤 있었다. 하지만 이 원내대표는 “사안이 있을 때 만나면 된다”며 선을 그었다. 그러자 유 원내대표도 “(주례회동을 하지 않으면) 여당으로서는 사실 아쉬울 게 없다”고 기싸움을 이어갔다.
현재 야당은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와 공적연금 강화 논의를 묶어둔 가운데 다른 법안들까지 연계한 상태여서 국회 입법기능의 마비까지 우려되고 있다. 새누리당 원내 관계자는 “청와대와 야당이 정면으로 맞서면 여당의 역할이 줄어들게 되고 이는 결국 국회 공전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청와대가 여지를 줘야 우리가 뭔가 해볼 텐데 자칫하다간 여야 원내대표가 말싸움만 하게 생겼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전혼잎기자 hoi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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