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명은 거실에 목졸린 채, 1명은 아파트서 추락.. 아들이 살해 후 투신한 듯

부산 해운대의 한 아파트에서 일가족 5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생활고를 비관한 아들이 부모 등 4명을 살해하고 자신은 투신해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13일 오전 7시쯤 부산 해운대구 재송동의 한 아파트 4층 데크 위에 송모(38)씨가 추락해 피를 흘린 채 숨져 있는 것을 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출동한 경찰은 송씨 옷에서 자택 동ㆍ호수와 출입문 비밀번호가 적힌 쪽지를 발견했다.

경찰이 집 내부를 확인한 결과 송씨의 아버지(67)와 어머니(64), 누나(41), 조카(8) 등 4명이 거실에 나란히 누워 숨져 있었다. 집안에서 발견된 사망자들은 반듯이 누워있는 상태였으며 혈흔은 없었고, 목에는 커튼 줄에 졸린 흔적이 남아있었다. 안방과 주방 등에서는 빈 술병이 발견됐다.

작은방 책상 위에는 송씨와 송씨의 아버지가 각각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유서 5장이 발견됐다.

송씨의 유서에는 “어떤 방법으로도 안 되기에 가족과 함께 간다. 슬프다. 정말 미안하다”는 내용이 담겼다. 송씨의 아버지도 유서에서 “모든 게 내 탓이고 내 잘못입니다. 누님께 진 빚을 갚지 못하고 떠납니다. 용서해주십시오”라고 전했다.

경찰은 “어제 새벽 가족들을 다 보내고 나니 해가 떠서 바로 따라가지 못하고 새벽이 오기만을 기다린다”는 송씨의 유서 내용을 토대로 가족들을 차례로 목 졸라 숨지게 한 뒤 자신도 투신한 것으로 추정했다.

경찰 조사결과 송씨 가족은 지난 2010년부터 이 아파트에서 보증금 3,000만원에 월 150만원을 내며 살아왔으며, 수개월째 월세와 아파트 관리비를 내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송씨는 최근까지 실직상태였고, 성악을 전공한 누나만 비정기적으로 수입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며 “이런 상황에서 집세 보증금까지 소진되고, 월세 600만원이 밀려 15일 집을 비워주기로 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경찰은 동반자살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으나 목이 졸릴 때 저항한 흔적이 없어 일가족 4명이 숨지기 전에 수면제를 먹었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14일 이들에 대한 부검을 실시해 정확한 사인을 조사할 계획이다.

부산=전혜원기자 iamjhw@hk.co.kr

공감은 비로그인 상태에서도 가능합니다

api_db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사회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