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부터 정년이 60세로 늘어나는데 따른 ‘청년 고용절벽’ 현상을 완화하기 위한 대책을 내놨다. 기획재정부는 어제 열린 ‘2015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고 청년 채용을 늘린 중소기업에 임금피크제 대상자와 청년 취업자 ‘한 쌍’에 대해 한 달에 90만원(대기업 및 공기업은 45만원)을 재정에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중소기업의 경우, 한 쌍 당 연간 1,080만원 정도의 임금지원을 받는 셈이다. 정부는 이런 지원책이 기업의 정년 연장 비용부담을 완화하면서도, 청년고용을 촉진할 묘약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경기회복 지연에 따라 그러잖아도 청년 취업시장은 꽁꽁 얼어붙은 상태다. 지난 2월 취업포털 인쿠르트가 상장사 706개사를 대상으로 올해 신규채용계획을 조사한 데 따르면 대기업들은 그나마 작년 수준을 유지하겠다지만, 중견ㆍ중소기업 채용은 각각 3.4%, 14.0%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계획대로 채용이 이루어진다 해도 취업자 수는 4년제 대졸 실업자 42만명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3만9,000여명에 불과한 수준이다. 그런데 정년연장이 시행돼 퇴직자까지 급감하면 내년 청년 취업문은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다. 그게 최근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언급한 ‘고용절벽’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대책은 제대로만 시행되면 적잖은 효과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일례로 한 중소기업이 임금피크제를 도입해 정년연장 근로자의 연봉을 6,000만원에서 4,800만원으로 20% 줄이고, 1,000만원의 정부 지원금에 500만원의 추가비용만 더하면 연봉 2,700만원 짜리 신입사원 일자리를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각 기업의 임금피크제 도입이 노사정 대타협의 결렬로 발목이 잡혀 있는 상황이다. 정작 기업현장에서 임금피크제가 도입되지 못하면 이번 대책 역시 공염불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지난달 노사정 대타협 결렬 후, 공공기관과 대기업에 우선적으로 임금피크제를 확산시킴으로써 노동개혁을 추진하는 쪽으로 궤도를 수정했다. 지난 8일 공공기관 임금피크제 권고안을 내는 한편, 대기업에도 개혁 동참 차원에서 임금체계 개편에 나서줄 것을 종용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아무리 애써도 상급노조인 한국ㆍ민주노총과 타협하지 않는 한, 단위기업 임단협만으로 임금피크제 도입을 확산시키기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런 사정을 감안할 때, 정부가 청년고용 명분을 앞세워 기업을 일방적으로 몰아붙이기만 하는 방식으로는 기대한 결과를 얻기 힘들다. 그보다는 먼저 노사정 테이블을 다시 펼치고 일단 원칙만이라도 임금피크제 합의를 도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보다 근본적이고 효과적인 해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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