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수관 등서 사린가스 흔적
맹독 물질 리신·염소가스도 발견
3년간 반체제 인사 마구잡이 구금
혹독한 고문 등 내부 공문서 확보
아사드와 측근 24명 ICC기소 가능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위대를 무력으로 진압해 내전을 초래하고 국제적으로도 비난을 받고 있는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이 점점 더 막다른 궁지에 몰리고 있다. 시리아 정부군이 금지된 무기인 유독성 물질을 이용해 공격한 정황이 드러나는가 하면, 시위대를 강경 진압하고 반체제 인사들의 인권을 유린했다는 증거물까지 공개된 것이다.
시리아 내전을 조사하는 국제조사단은 “시리아 정부군이 적어도 세 곳에서 금지된 군 화학물질을 사용한 정황을 발견했다”고 13일 밝혔다. 맹독성 신경가스인 사린 가스의 흔적이 하수관과 포탄 탄피 등에서 추출됐으며, 맹독 물질인 리신과 염소가스도 발견됐다.
정부군은 지난 7일 알 자누디야와 칸사프라, 히자린 등 반군 점령 지역 3곳을 집중 공격했다. 당시 정부군은 군 헬리콥터를 이용해 유독물질을 담은 통 모양의 폭탄을 투하했는데, 이 공격으로 적어도 1명이 숨지고 60여명이 다친 것으로 알려졌다.
반군과 교전 중인 아사드 대통령은 이들을 겨냥해 화학 무기를 사용하고 있다는 비난을 계속 받아왔다. 2년 전에는 반군 지역에 사린가스를 무차별 살포해 국제 사회의 비난을 받았고, 이후 모든 화학무기 시설을 해체하고 보유중인 화학 무기들을 폐기하기로 약속하기도 했다. 하지만 또다시 화학 무기를 사용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점점 더 고립무원상태로 빠지게 됐다. 특히 이번에 사용된 염소 가스는 민간 부문에서도 사용하는 화학 약품이라는 이유로 ‘폐기 대상 화학 무기’에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밝혀져 향후 사용금지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영국 미국 독일 등 서방국들로 구성된 국제조사위원회가 아사드 대통령과 측근들이 지난 3년 동안 반체제 인사들의 인권을 유린했다는 증거 문서들을 확보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이날 보도했다.
문서에 따르면 아사드 대통령은 2011년 시위자들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반체제 인사로 의심되는 수만명을 마구잡이로 구금하는가 하면, 일부에게 혹독한 고문을 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내용은 50명의 시리아인들이 목숨을 걸고 몰래 반출한 내부 공문서를 통해 밝혀졌는데, 이 가운데 한 명은 사망했고 일부는 정부군에 발각돼 구금되거나 고문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공문서 반출 작업에 참여한 아델(가명)은 “나와 내 가족들이 살해 위험을 감수하고 이 작업을 감행했다”며 “두려웠지만 나는 여전히 정의를 믿고 국제형사재판소(ICC)가 이들의 범죄 행위를 인정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국제조사위원회는 50만 쪽에 이르는 이 문서를 근거로 아사드 대통령과 측근 24명을 ICC에 기소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또 최근 발생한 정부군 수뇌부의 내분과 반군과의 전투에서 잇따라 패전하고 있는 상황 역시 “아시드에게 불리한 정황이 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유엔 안전보장위원회 이사국인 러시아가 아사드 정권을 옹호하고 있는 점이 부담이다. 빌 와일리 위원장은 “이번 문서 작업은 아사드 대통령 기소를 위한 첫 걸음”이라며 “국제 범죄의 인도주의적 측면에서 접근, 개인 형사상 책임 문제까지 캐묻겠다”고 말했다.
강주형기자 cub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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