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9회… 250개 우량 중기 참여
구직자 유형별로 맞춤형 상담
해병대 여군·정신지체 장애인에
10대에서 노인까지 연령층도 다양
특성화고 학생들 단체 방문 상담도
해병대 2사단에서 여군 부사관(하사)으로 군복무를 하고 있는 최서혜(26)씨는 경기 김포에서 두 시간 버스를 타고 서울 삼성동의 코엑스를 찾았다. 3년 전 여군의 꿈을 이룬 최씨는 이달 말 전역을 앞두고 있지만 아직 군생활 중이라 취업 준비를 따로 못하고 있다. 그는 “홈페이지에서 관심이 가는 기업을 몇 개 적어왔다”며 “해병대 여군 출신이라는 독특한 이력을 선호하는 기업을 찾아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서울 서초구에 사는 60대 정모씨는 아들(27)의 취업이 걱정이다. 취업난이 심각한 데다 정신지체장애가 있어 일자리를 찾기가 더욱 쉽지 않아서다. 정씨는 “큰 취업박람회가 있다고 해서 직접 아들을 데리고 와서 상담을 받고 싶어 찾아왔다”며 “장애가 있더라도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은데 이런 행사가 아니면 아예 면접 조차 보기 힘든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13일 오전 10시 ‘2015 KB굿잡 우수기업 취업박람회’가 열린 서울 강남구 코엑스 컨퍼런스룸은 거대한 축제의 장을 연상케 했다. 오전 9시부터 인파가 몰려들기 시작해 개회식이 열릴 무렵엔 입장하려는 이들의 행렬이 100m 넘게 이어졌다. 교복을 입은 특성화고 재학생부터 전역을 앞둔 장병, 20~30대 청년, 50~60대 중장년층까지 연령대도 다양했다. 행사장의 구성 또한 뷔페 식당처럼 구직자들이 원하는 기업들을 찾아 다니며 상담을 하는 식이다.
다만 축제의 분위기는 즐거움보다 간절함이 가득 찼다. 행사장을 가득 메운 구직자들은 구인공고문을 휴대전화로 찍거나 주최측이 나눠준 책자를 보면서 기업들의 정보를 꼼꼼히 메모했다.
이 행사는 2011년 이후 9회째를 맞는 단일 규모 국내 최대규모의 취업박람회다. 그 동안 이 행사를 통해 매칭된 일자리는 4,700건에 달한다. 올해는 주최측인 KB국민은행이 추천한 우수기업과 한국무역협회·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 우수 회원사, 코스닥상장사, 대기업 협력사 등 250여개사가 참여했다. 국민은행은 올해도 행사가 끝나는 14일까지 2만명 이상이 박람회장을 찾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박람회의 가장 큰 특징은 ▦고졸예정자 ▦50대 이상 ▦전역장병 ▦일반 경력직 등 구직자들의 유형에 따라 채용선호 기업들을 분류해 놓은 점이다. 구직자들이 ‘맞춤형 상담’을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지난해 퇴직한 50대 후반 김모씨는 “경비일을 하다 얼마 전에 그만둬 다른 일자리를 알아보려고 왔다”며 “취업박람회라고 해서 20대가 많을 줄 알았는데 연령층이 다양해서 놀랐다”고 말했다.
단체로 방문한 특화고생들도 많이 눈에 띄었다. 157명의 학생들을 이끌고 박람회장을 찾은 선린인터넷고등학교의 한 교사는 “작년 행사 때도 현장에서 2명이 취업이 됐고, 이후에도 채용 관련 의뢰를 많이 받았다”며 “검증된 우수 기업들이 참여를 하고 규모가 커서 학생들에게 도움이 많이 된다”고 말했다.
개회식을 마친 뒤 기업부스를 돌아보던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고등학교나 전문대를 졸업한 친구들이 성공적으로 취업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잘 정착될 수 있도록 올해 특성화고 채용인원을 늘릴 계획”이라며 “이번 박람회가 능력중심으로 인재를 채용하는 문화가 정착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유환구기자 redsun@hk.co.kr
김정화 인턴기자(이화여대 중어중문학 4년)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