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광주시 입찰 서류 확보
금품 제공 의혹 조사 계획
경찰이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U)대회 축구훈련장 인조잔디 구매ㆍ설치 공사 입찰 및 계약 과정에서 특정업체에게 특혜를 줬다는 의혹이 제기된 광주시에 대해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광주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13일 광주시로부터 U대회 축구훈련장 인조잔디 구매ㆍ설치 공사 입찰과 관련한 서류 일체를 임의 제출받아 확보했다.
시는 지난 3월 20일 광주시공무원연수원 등 U대회 축구훈련장 4곳(6면ㆍ5만1,565㎡)에 대한 인조잔디 구매 설치 공사의 입찰을 실시해 29억9,327만여원을 써낸 A사를 낙찰자로 선정했다. 당시 시는 입찰공고와 시방서를 통해 낙찰자는 구매 규격의 제품(인조잔디)에 대한 국제축구연맹(FIFA) 랩(Labㆍ연구실) 테스트 시험성적서를 계약 체결 전에 제출하도록 했다.
그러나 시는 구매 규격에도 맞지 않은 중국산 저가 제품에 대한 FIFA 2Star 랩 테스트 시험성적서를 제출한 B사와 같은 달 27일 계약을 체결했다. 시가 구매 규격에 미달하는 저가의 부적합 제품인줄 알면서도 B사와 납품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이에 입찰 탈락업체는 “부적격 제품 납품 계약은 무효”라며 반발, 시를 상대로 계약효력정지 등 가처분 신청을 냈고, 법원은 “입찰 과정에 중대한 하자가 있다”며 계약 효력을 정지시켰다.
경찰은 이에 따라 B사가 낙찰자로 선정되고 시와 납품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시 관계자 등을 상대로 불법 금품로비를 벌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경찰은 B사가 시의 자재 검수도 받지 않고 일부 축구훈련장에 중국산 저가 제품을 멋대로 설치한 데다, 시도 이를 묵인하고 투찰금액(1㎡ 당 5만8,048원)과 실제 단가와의 차액 발생에 따른 계약금액 변경 등의 조치도 취하지 않은 점에 주목하고 있다. 시가 “국내에 구매규격에 대한 FIFA 2Star 랩 테스트 시험성적서를 보유하고 있는 업체는 없다”는 B사의 말만 믿고 B사와 계약을 체결한 데 대해서도 경찰은 의혹의 시선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시와 B사간의 모종의 결탁이 이뤄졌을 개연성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B사에 대한 특혜 의혹이 불거진 직후 인조잔디 업계와 경찰 안팎에선 “지난해 12월부터 업자들이 공무원들을 상대로 골프 접대를 했다”는 등의 확인되지 않은 설이 무성하다.
공교롭게도 소문에 등장하는 골프 접대 시기인 ‘지난해 12월’은 국제대학스포츠연맹(FISU)가 광주시에 FIFA 2Star 필드테스트를 통과한 제품을 축구훈련장에 설치할 것을 요구하면서 시의 축구훈련장에 대한 국내 조달청 등록 제품 설치 계획이 틀어지기 시작한 시점이다. 경찰이 업자의 금품로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는 이유다.
경찰 관계자는 “U대회 축구훈련장 인조잔디 설치 공사를 둘러싸고 온갖 소문들이 많지만 일단 시가 제출한 입찰 관련 서류 등에 대한 분석과 참고인 조사를 통해 금품 제공 의혹 등을 조사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안경호기자 k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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