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다르게 실전 위주의 호신술
시범 공연에는 화려함 가미해 눈길
"올림픽 위해 WTF 들어가진 않아"
기술의 차이는 확연히 드러났다. 한국 주도의 세계태권도연맹(WTF)이 주최하는 대회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북한이 이끌고 있는 국제태권도연맹(ITF) 태권도는 손과 발을 모두 쓰는 호신용 태권도다. 그래서 실전 위주의 태권도로 알려져 있지만 12일 밤(한국시간) 러시아 첼랴빈스크의 트락토르 아레나에서 열린 2015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개막식에서 시범 공연을 보인 ITF 시범단은 화려함도 가미해 관중들의 눈길을 사로 잡기에 충분했다. 마치 액션 영화의 한 장면 같기도 했다. 곧바로 WTF의 시범이 이어져 전혀 다른 무술 종목을 보는 것 같은 착각도 불러일으켰다.
북한의 황호영 ITF 수석부총재는 이날 개막식 시범공연에 앞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WTF와의 상생과 화합을 제안하면서도 ITF 태권도의 전통과 독창성에 대해서는 큰 자부심을 표출했다. 그는 “오늘 시범은 지난해 ITF, WTF 두 단체 총재가 체결한 합의서 내용에 따라 서로 협력해 나가는 첫 걸음”이라면서도 “ITF와 WTF의 뿌리는 하나이지만 서로 다른 길을 걸어왔다”면서 “이번 시범을 통해 서로 어떤 기술로 발전해왔는지 잘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두 태권도는 원래 진행하는 내용이나 구성이 다르다”면서 “ITF는 기본동작, 틀(품새), 맞서기(겨루기), 단련, 호신술 등 크게 다섯 가지로 구성돼 있다”고 소개했다. 이날 20분간 이뤄진 시범에 대해 “ITF 태권도의 가장 기본적인 동작들만 모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올림픽 출전 노력에 대한 한국 취재진의 질문에 “올림픽에 출전하기 위해 WTF에 들어가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며 당연한 얘기라는 듯 미소를 짓기도 했다. 현재 올림픽에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인정하는 유일한 태권도 종목 국제경기단체 WTF 소속 선수들만 출전할 수 있다.
하지만 황 부총재는 “태권도는 조선의 무술이다. 태권이라는 것도 우리말”이라면서 “두 태권도가 다르다면 다를 수도 있지만 어찌 보면 같은 점도 많다”며 태권도의 뿌리는 하나임을 강조했다.
황 부총재는 WTF 시범단을 평양으로 초청할 계획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두 총재가 이야기할 부분”이라면서 말을 아꼈다.
첼랴빈스크(러시아)=성환희기자 hhsu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