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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봄이] 나는 어떻게 레이서가 되었나

입력
2015.05.13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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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했던 일상에서 특별한 일상으로” 잠들기 전 매일 아침 6시, 6시10분, 6시30분으로 알람을 맞추고 일어나 출근준비를 하며 같은 시간에 버스를 타고 잠실로, 잠실에서 지하철을 이용해 강남으로… 같은 일상이 지루하면서도 ‘이게 내 일이구나’ 라고 생각하며 출퇴근을 합니다. 어제 보았던 남색 정장에 파란 셔츠를 입은 남자를 오늘도 봅니다. 비슷한 표정과 비슷한 옷차림 그리고 항상 이어폰은 기본 옵션이네요. 내 모습도 그러했습니다. 평범한 바지와 단정한 니트, 정장느낌의 검정 자켓. 좀 푸석한 머리와 얼굴로 버스를 기다려봅니다. 버스에 들어서자마자 빈자리를 찾네요. ‘앉을 자리가 꼭 있어야 할텐데…’ 빈자리에 앉아 가방에 색조화장품을 꺼내 미쳐 마무리 하지 못했던 얼굴을 정리해야 하거든요. 이렇게 월요일부터 금요일 내지는 특근이 있는 경우 토요일까지 비슷한 하루하루가 이어집니다.

다람쥐 챗바퀴 돌듯, 매일 같은 생활이 반복되던 시절엔 일상의 낙이 없었다. 게티이미지 뱅크
다람쥐 챗바퀴 돌듯, 매일 같은 생활이 반복되던 시절엔 일상의 낙이 없었다. 게티이미지 뱅크

하루가 끝나고 내 직장동료가 얼마 전 자기관리를 위해 요가를 새로 시작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뒤쳐져지지 않기 위해 나도 한 번 도전해보려 마음 먹어봅니다. 그런데 퇴근 한시간 전, 회사 메신저가 날아오네요. “오늘은 회의가 있으니 간단히 요기 후 회의를 진행합니다. 원하시는 메뉴 있으신 분은 답장주세요 메인메뉴는 햄버거 입니다.” 그렇게 저녁은 요가가 아닌, 그렇게 크다는 버거로 요기를 한 후 하루가 갑니다. 그렇게 일주일, 한 달, 두 달…미칠 것 같았습니다. 답답하고 이유없이 짜증만 늘고… 내 일상에 낙이란 없는, 다람쥐 챗바퀴 도는 듯한 느낌만 가득했었죠.

그즈음, 친구의 메세지. “주말에 잠실에서 달리자” 밑도 끝도 없던 메세지에 기대하지 않고 나갔던 그 주말이 내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될줄은 몰랐습니다. 잠실 야구경기장 뒷편, 작은 차들이 줄을 지어 달리고 있네요. 원래 차를 좋아했던 저로선 참 신기하면서도 굉장히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무조건 ‘타봐야겠다. 타야겠다’ 헬멧을 쓰고 바로 달리기 시작합니다. 최고시속 100km도 안되는 카트를 타고 어느새 ‘동네 레이서’가 됩니다. 레이싱드라이브의 기본이라 일컫는 ‘아웃 인 아웃’의 주행라인(타이어 자국이 코너입구까지의 직선에서는 가장 바깥쪽을 달리고, 코너중앙에서 가장 안쪽으로 붙고, 코너 출구에서는 또다시 가장 바깥쪽으로 퍼져 나타나는 것)도 모르던 시절, 모터의 굉음을 즐기며 무조건 속력을 냈습니다. 자동차 자체의 서스펜션(받침대)이 없는 카트는 주행 시 차체의 느낌이 운전자에게 그대로 전달되는 매력이 있죠.

카트 레이싱. 게티이미지 뱅크
카트 레이싱. 게티이미지 뱅크

새로운 세상이 펼쳐지는 순간입니다. 끝이 난 후에도 감흥이 가시지 않았습니다. 그 이후 매주 주말마다 그동안의 쌓여있던 스트레스를 카트로 풀기 시작하며, 하루하루가 행복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어느 날 프로팀 레이싱 대표님으로부터 갑작스런 제안을 받았습니다.

“카레이서 테스트 받아보지 않을래요?” 참 뜬금없이 기회가 오게 되었습니다. 정말이지 뜬금없었습니다. 뜬금없는 제안이었기에 큰 기대는 하지 않고 달리는 것이 좋아 그냥 내달렸습니다.. 그것이 제 인생에 레이싱카트를 처음 타는 순간이었습니다. 뭘 어찌 해야 하는 것인지 몰라 내달리기만 했던 기억이 아직 선명하네요.. 그렇게 그 우연치 않은 작은 기회로 테스트에 합격하게 되면서 저는 평범했던 여자에서 조금은 특별한 여자로 다시 태어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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