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넥센 스나이더
[한국스포츠경제 김주희] 염경엽 넥센 감독의 통 큰 결단이 올해도 빛을 발할까.
넥센 스나이더가 지난 12일 사직 롯데전에서 화끈한 복귀전을 치렀다. 그간 부진한 그를 믿고 기다린 팀에도 단비 같은 활약이었다.
넥센은 지난달 27일 외국인 타자 스나이더를 1군에서 제외했다. 당시 스나이더는 17경기에 출장해 타율 0.184, 8타점에 그치고 있었다. 외국인 타자에게 기대했던 힘은 좀처럼 보이지 않았다. 염경엽 감독은 "잘 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타석에서 삼진 당한 다음 고개를 숙이는 게 정말 싫더라. '좋아지겠다는 희망을 봐야 하는데 그게 안 보인다'고 스나이더에게 말했다. 그래서 시간을 주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미 지난 4월 초에도 염 감독은 스나이더가 고전하자 사흘간 '휴가'를 줬다. 1군 엔트리를 말소하지 않았지만, 경기에 내보내지 않을 것이란 사실을 알려주고 사흘간 재정비를 하라는 뜻이었다. 하지만 그 이후로도 스나이더는 계속해서 페이스를 끌어올리지 못했다. 결국 더 많은 시간을 주기 위해 2군행을 지시했다. 부진한 외국인 선수의 퇴출 수순으로 보는 시각도 있었지만 염 감독은 "(1군에서) 쓰기 위해 시간을 주는 것이다"고 못박았다.
눈길을 끄는 건 스나이더에게 주어진 선택권이다. 염 감독은 "한 달간 시간을 준다. 스케줄도 스나이더에게 직접 짜라고 했다. 멘탈부터 기술까지 포괄적인 부분을 점검할 수 있도록 시간을 주는 것이다.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했다. 스나이더가 '감이 왔습니다'라고 이야기하면 다시 1군에 올릴 예정이다"고 설명했다. 더 편한 상황에서 스나이더가 감을 찾을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서다. 스나이더가 염 감독의 믿음에 부응하기 시작했다. 2주면 충분했다. 그는 퓨처스(2군) 리그에서 7경기에 나와 타율 0.214, 4홈런 8타점을 올리며 방망이를 조율했고, 12일 롯데전을 앞두고 1군에 등록됐다. 14일 만에 1군에 복귀한 그는 4타수 3안타 1홈런 1타점으로 맹활약했다. 아직 한 경기를 치렀을 뿐이지만 올 시즌 최고의 모습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희망은 더 커진다.
지난해에도 염경엽 감독은 파격 결정을 하며 전력을 재정비했다. 지난해 토종 선발이었던 문성현과 오재영이 시즌 초반부터 좀처럼 감을 찾지 못하자 5월 말 2군행을 지시하며 '시즌 중 스프링캠프'를 치르도록 했다. 문제점을 찾고, 이를 해결할 수 있도록 기본기부터 다지라는 과제를 냈다. 시즌 중 선발 두 명이 동시에 빠져나가 팀으로서는 타격이 큰 상황이었다. 하지만 더 멀리 내다본 염경엽 감독은 통 큰 결단을 내렸고, 결국 약 40여일 후 1군에 복귀한 둘은 시즌 후반 맹활약하며 팀의 마운드에 큰 힘을 보탰다.
시즌은 길다. 스나이더가 지난해 문성현과 오재영처럼 복귀 후 '반전'을 선보인다면 팀에서도 더 큰 활력이 된다. 염경엽 감독은 "답은 한 가지다. 잘 하는 것 뿐이다. 스나이더가 잘 해야 이겨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주희 기자 juhee@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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