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와 미국 지도부가 지난해 초 우크라이나 사태 발발 이후 처음으로 만나 우크라이나 문제를 포함한 국제 현안들을 논의했다.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2일 오후 5시께(현지시간)부터 흑해 연안의 자국 남부 휴양도시 소치의 대통령 관저에서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을 접견하고 약 4시간 동안 회담했다. 회담은 당초 약 1시간 30분 정도로 예정됐으나 크게 길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유리 우샤코프 러시아 대통령 외교담당 보좌관(외교 수석)은 "회담이 장시간에 걸쳐 솔직하게 이루어졌으며 실무적인 성격을 띠었고 상당히 우호적 분위기에서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회담으로 양국 관계에 도약이 이루어졌다고 말할 순 없지만, 두 강대국이 협력으로 복귀해야 한다는 점을 이해하는 첫 번째 징후가 나타났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우샤코프는 "케리 장관이 푸틴 대통령에게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구두 안부를 전했다"면서 "오바마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이 케리 장관을 접견해 주길 바랬다"고 소개했다. 오바마는 그러나 케리를 통해 푸틴에게 별도의 친서를 전달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샤코프는 "오늘 푸틴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의 정상회담 일정이 논의되진 않았지만 오는 11월 터키 안탈리아에서 열리는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나 9월 뉴욕에서 개최될 유엔 총회 등에서 두 정상이 만날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우샤코프는 이날 회담 의제와 관련 이란, 시리아,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문제 등 여러 국제 현안이 논의됐지만, 우크라이나 문제에 가장 많은 시간이 할애됐다고 전했다. 푸틴 대통령은 특히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 국제평화유지군을 파견하는 문제와 관련한 러시아의 입장을 상세히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담에선 이밖에 북한 문제도 논의됐다고 우샤코프는 소개했다. 케리 장관은 푸틴 대통령과의 회담에 앞서 이날 낮 12시 30분부터 약 4시간 동안 소치 시내 호텔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회담했다. 케리와 라브로프 장관은 회담 뒤 함께 푸틴 대통령을 접견하러 갔다.
두 나라 장관은 이날 8시간에 걸친 회담이 모두 끝난 뒤 공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라브로프는 회견에서 "모든 문제에서 의견의 일치를 보진 못했지만 오늘 회담은 서로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해줬다"며 "러시아와 미국은 양국 관계에 장기적 피해를 줄 행보를 피할 필요가 있음을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많은 민감한 문제들이 국제무대에서 우리의 공동 노력에 달려 있다"며 이것을 확인한 점이 이날 회담의 중요한 결론 가운데 하나라고 설명했다.
라브로프는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 분쟁 당사자들이 지난 2월 체결된 민스크 평화 협정(휴전협정)을 이행하는 길을 모색하도록 러시아와 미국이 영향력을 행사하기로 합의했다고 소개했다.
케리 장관도 회견에서 "민스크 평화협정이 우크라이나 사태 해결을 위한 가장 뛰어난 방안"이라면서 "그것이 가능한 한 빨리 전면적으로 이행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서방의 대러 제재는 민스크 협정이 완전히 이행될 때만 해제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란 핵문제와 관련 케리는 이 문제 해결을 위해선 관련국들의 단합된 입장이 중요함을 강조하면서 "미국과 러시아는 모두 이 문제에 대한 합당한 합의가 이루어지고 그것이 이행되는데 이해를 같이하고 있다"고 주장했.
그는 이란에 첨단 방공미사일 S-300을 공급하려는 러시아의 계획과 관련 "이것이 법률이나 규정 위반은 아니지만 우리는 지금이 적기가 아니며 그 영향은 부정적인 것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케리는 푸틴 대통령이 이날 여러 국제 현안에 대한 러시아의 입장을 솔직하고 직설적으로 상세히 설명해 준 데 대해 사의를 표하면서 회담 결과를 전화를 통해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도 설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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