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개료 개편 시행 한달
특정 가격대만 해당되는데 막무가내
전세 임대인들의 압박 특히 심해
서울 관악구에서 중개업소를 운영중인 S씨는 지난 4일 아파트 매매거래 계약을 마무리한 후 매도인과 한창 실랑이를 벌였다. 거래 가격이 4억원으로 매도인이 부담해야 할 적정 수수료는 160만원(요율 0.4% 적용). 하지만 매도인은 절반인 80만원만 내겠다고 했다. “서울시가 제도를 개편해 반값이 되지 않았느냐”는 것이었다. S씨는 “6억원 미만 매매거래 수수료는 변한 게 없다”고 했지만, 매도인은 “계약을 포기할 수도 있다”며 끝까지 버텼다. 결국 S씨는 하는 수 없이 100만원에 절충하고 ‘울며 겨자 먹기’로 계약을 했다.
지난달 13일 서울시의회가 정부의 부동산 중개보수 개편안을 받아들여 6억~9억원 주택매매 보수 요율을 기존 0.9%에서 0.5%이하로, 3억~6억원 임대거래 중개보수 요율은 0.8%에서 0.4%이하로 각각 조절하는 조례안을 통과시켰고 곧바로 14일부터 개편된 중개보수제도가 시행됐다. 전 구간이 아닌 특정 가격대에서만 이른바 ‘반값 수수료’가 적용되는 내용이다.
하지만 새로운 중개보수 제도가 시행된 지 한 달여가 지난 12일 서울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모든 가격대 거래에서 반값 수수료가 적용되는 것으로 착각해 중개수수료를 대폭 깎아줄 것을 요구하는 사례가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다. 연초 고정요율제 도입을 요구하며 정부와 맞섰던 중개사들은 이에 “반값 수수료가 잘못 알려져 엉망이 됐다”며 속을 끓이고 있다.
서초구에서 중개업을 하는 K씨는 “독서실이나 고시원 등을 구하면서도 수수료를 절반으로 깎아달라는 경우가 있다”며 “수수료 개편이 이사 성수기 막판에 적용되면서 당장 피부로 느낄 만큼 타격이 크진 않지만 가을 이사철에는 너나없이 반값을 원해 큰 손해가 나지 않을까 벌써 걱정된다”고 말했다.
특히 전세 물량이 귀해지면서 콧대가 높아진 임대인들이 무조건 ‘반값’을 원하는 경우가 많다. 중개사 H씨는 “반값 수수료 대상이 아님에도 귀한 전세를 내놓았으니 수수료를 절반 깎아달라며 고집을 피우는 임대인들이 있다”며 “임차인들 마저 집주인과 입을 맞춰 둔 후 시차를 두고 방문해 가격을 내려달라는 요구를 해와 곤혹스럽다”고 토로했다. 그는 “임대업을 크게 하는 오랜 고객이 ‘다시 안 볼 거냐’고 압박을 주면 견딜 재간이 없다” 고 덧붙였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는 서울시 수수료 개편 결정후 언론사들에 공문을 보내 ‘반값 중개수수료’라는 용어 사용을 자제해줄 것을 요청했다. 정부는 물론 언론의 보도 때문에 수수료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는 중개사들의 불만 때문이다. 협회 관계자는 “대부분 구간 수수료에 변화가 없다는 점을 열심히 설명하지만 고객들을 쉽게 이해시키지 못해 불만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양홍주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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